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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ASML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사의 독점 기술과 관련된 데이터가 도난 당한 사실을 최근 발견했다고 밝혔다. 데이터를 빼돌린 범인은 중국 법인 베이징 본사에서 근무했던 중국인 남성으로, 이 직원이 허가 없이 정보를 유용한 것이다. ASML은 중국에서 약 1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ASML은 도용당한 자료에 대한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문서 형태였다”고만 설명했다. 또 “이번 보안 사건이 사업엔 중요하지 않지만 특정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기 때문에 관련 당국에 보고했다”며 “내부적으로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최첨단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반도체 칩 공급망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ASML은 네덜란드 정부가 허용하지 않아 2019년부터 최첨단 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번에 유출된 정보가 EUV 관련 데이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사건의 파급 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이 수년 동안 치열한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데다, 최근엔 ‘정찰 풍선’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등 민감한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네덜란드, 일본과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ASML이 중국의 데이터 탈취 의혹을 제기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ASML은 2021년에도 중국 둥팡징위안일렉트론이 자사 기술을 빼돌린 중국 XTAL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XTAL은 ASML의 영업기밀 유용 혐의로 2019년 미국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ASML은 이날 별도의 성명에서 랜섬웨어, 피싱 공격, 지식 재산권 취득 및 사업에 지장을 주는 행위 등 회사의 기술을 훔치려는 시도가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다며 새로운 자구책을 추가로 마련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