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무력화 시도"…이스라엘서 10만명 반정부 시위

사법제도 개편안에 반발한 시민들 곳곳서 반대시위
법안 통과시 내각·의회가 법원 판결·인사 무력화 가능
대통령도 우려 표명…네타냐후 총리는 강행 의지 표명
  • 등록 2023-02-14 오후 2:24:21

    수정 2023-02-14 오후 2:24:21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제도 개편을 두고 이스라엘 곳곳에서 반대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내각과 집권당이 사법부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상징적 국가원수인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까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13일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열린 사법제도 개편 반대 시위.(사진=AFP)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선 이날 정부의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은 10만명에 이르는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의회도 이날 사법제도 개편안 문제로 파행됐다.

반대시위에 참가한 아디르 벤토빔은 NYT에 “경제적 재앙과 사회 붕괴를 향해 돌진하려는 정부에 나라가 납치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12살 소녀는 “내가 18살이 됐을 때 선거가 치러질까요”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네타냐후 내각은 자신들이 국민들에 의해 선택됐다는 명분을 앞세워 지난달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사법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법안엔 ‘선출된 권력’인 내각·의회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법원을 견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이 특정 법률에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의회 과반이 결의하면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아울러 판사 임명을 심의하는 위원회 구성원 과반도 내각에서 임명토록 했다.

이에 내각과 의회에 대한 법원의 견제 권한을 무력화하기 위한 법안이라며 반발이 쏟아졌다.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용’ 법안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치프 리비니 전(前) 법무장관은 “이것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악의적이고 정치적인 (권한) 탈취”라고 지적했다.

전날 헤르초그 대통령이 사법제도 개편에 반대한다고 연설한 이후 시위는 더욱 격화됐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우린 이젠 더 이상 정치적 논쟁 수준이 아닌, 헌정과 사회가 무너질 위기에 내몰렸다”며 대화를 촉구했다. 그는 사법제도 개편안에 대해 “이스라엘 민주주의 제도에 잠재적인 위해를 줄 수 있다”고 평했다.

네타냐후 총리 측은 강경하다. 그는 이날 사법제도 개편을 막기 위해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야당에 “의도적으로 국가를 무정부 상태로 탈선시키는 걸 그만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2월 1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한 후 논쟁적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보수주의·민족주의 세력의 지지를 받는 그는 팔레스타인 영토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는 정책 등으로 팔레스타인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이 격화하며 양측간 무력 보복이 이어지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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