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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기후비상사태: 리허설’은 전 세계적 이슈로 떠오른 기후위기를 소재로 한다. 지구의 수명을 24시간으로 가정했을 때, 마지막까지 60초가 채 남지 않은 현 상황의 우리에 대해 조명한다. 모두가 가까운 미래에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을 다큐멘터리 형식과 극적 구성으로 풀어낸다 작품이다.
‘강화도 산책: 평화도큐멘트’ ‘극장을 팝니다’ 등 다큐멘터리 형식의 연극을 선보여온 연출가 전윤환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이번 작품 또한 전 연출의 자전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11명의 배우들이 작가의 분신으로 무대에 오른다. 작가는 연극인들에게는 꿈의 무대와 같은 명동예술극장에서 기후위기 소재의 작품을 제안을 받은 뒤 기뻐하지만, 이내 기후위기를 좀처럼 체감하기 어려워 고민에 빠진다. 기후위기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소녀 그레타 툰베리,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ESG 경영에 뛰어드는 기업들의 모습 또한 작가의 시선에선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흘러가던 작품은 작가가 무작정 떠난 광주에서 지난 1월 일어난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을 목격한 뒤 전환점을 맞는다. 기후위기 문제 이면엔 성장만 추구하는 세상이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작가가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함께 한 4박 5일 동안의 이야기는 기후위기는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가장 먼저 덮칠 것이라는 경고를 보여준다. 공연 내내 반복되는 암전은 세상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 현실을 바라보는 시간을 선사한다. 공연은 다음달 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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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한국사회에 던진 화두는 ‘공정’이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개막한 연극 ‘당선자 없음’은 바로 이 ‘공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2019년 각종 연극상을 휩쓴 ‘이게 마지막이야’의 극작가 이양구, 연출가 이연주가 다시 협업한 작품이다.
‘당선자 없음’은 대한민국 최초의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재로 한다. 제헌 헌법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의뢰 받은 PD와 작가가 헌법 초안 작성 과정을 따라가는 과정과 함께 헌법을 최초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특히 작품이 주목하는 것은 제헌 헌법 논의 과정에서 다뤄졌던 ‘이익균점권’다. 자본가의 이윤을 노동자가 함께 나눠 가질 권리를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했다는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공정’ 또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해진 가치임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정의 의미 또한 새롭게 규정돼야 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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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고래’는 1998년 강원도 속초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북한 잠수정 사건을 다룬다. 무장간첩 9명을 태운 북한 잠수정이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잡이배 그물에 걸려 표류한 사건이다. 당시 잠수정 내부에 있던 9명은 전원 죽은 채 발견됐다.
작품은 사건 당시 북한 잠수정에 타고 있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들은 분단의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남한에 내려온 평범한 인물들로 묘사된다. 작품 또한 이들을 위기로 내몬 이데올로기 대립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신 남한에서 몰래 구해온 담배와 술에 열광하고, 아픈 부모님에게 주라며 파스를 건네주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념으로 분단된 세상에도 모두가 똑같은 사람임을 이야기한다. 잠수정이 그물에 걸린 뒤 죽음 앞에서 겪는 고뇌 또한 생생하게 다가온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대북 위기가 점점 고조되고 있다. 남북 간의 강경 대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래’는 이념 갈등으로 인한 혐오와 대립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지 질문한다. 극단 고래의 이해성 대표가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2007년 초연한 작품으로 2008년 앙코르 공연 이후 이번이 8년 만의 재공연이다. 공연은 다음달 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