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명선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의 병용 약물을 내놓으려 임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혁신 신약인 키트루다보다 효과가 뛰어난 면역항암제로 승부를 보기는 사실상 어려우니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머크와 파트너십을 구축한 국내 기업도 여럿이다.
| 미국 머크 본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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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크의 키트루다는 화학항암제나 표적항암제와 다르게 몸의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해 암을 치료하는 3세대 면역항암제다. 경쟁 약물과 비교해 환자의 무재발 생존기간을 늘리는 등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그러나 약이 듣는 반응률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대장암과 췌장암 환자는 키트루다 등 PD-1/DL-L1 저해제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이 키트루다 병용 약물 개발에 나선 배경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키트루다에 자사의 약을 함께 투약해 반응률을 높인다면 시장에 더욱 쉽게 침투할 수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키트루다는 연평균 11% 성장해 2026년에는 매출 270억달러(약 31조원)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의약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트루다 병용 약물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사는 여럿이다. 우선
메드팩토(235980)는 항암신약 후보물질 ‘백토서팁’과 키트루다를 국소진행성 대장암 환자에게 함께 투여해 효과를 보는 병용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미국종양학회(ASCO)에서 메드팩토는 ORR(객관적 반응률) 16.0%(RECIST(고형 종양의 반응 평가) 기준), mOS(전체생존중앙값) 15.8개월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다른 약물 대비 우수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메드팩토는 머크와 병용 글로벌 임상3상 공동임상 연구계약을 맺었다고 14일 밝혔다. 임상3상은 내년 시작돼 2023년 말~2024년 초 중간결과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메드팩토 관계자는 “대장암 환자 중 현미부수체 안정형(MSS) 환자는 키트루다 반응률이 전혀 없다. 경쟁 약물인 GSK의 ‘M7824’ 반응률은 3%대다. 자사 약물과 병용하면 반응률이 16%까지 올라 경쟁력이 있다. 조건부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임상 설계를 해놨다”고 설명했다.
| 메드팩토는 TGF-β 저해제 백토서팁과 키트루다의 병용 임상을 진행 중이다. (사진=메드팩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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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세포치료제 전문기업
엔케이맥스(182400)도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면역항암제 SNK01과 키트루다의 효과를 살펴보고 있다. 현재 국내 임상 2a상을 완료했다. 엔케이맥스 관계자는 “올해 2b상 임상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약물에 대해 미국에서는 불응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 혹은 ‘바벤시오주(아벨루맙)’를 함께 투약하는 병용 임상 1상도 진행 중이다.
네오이뮨텍은 재발 및 불응성 고형암 5종(삼중 음성 유방암, 비소세포폐암, 소세포폐암, 췌장암, 미세부수체 안정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의 ‘NT-I7’와 키트루다 병용 임상 2a상 단계를 미국에서 밟고 있다. 또 네오이뮨텍·머크·제넥신은 공동 임상 3자 계약을 맺고 재발성 또는 불응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치료제와 키트루다의 국내 병용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지아이이노베이션과
파멥신(208340) 등이 키트루다와 자사 약물의 병용 효과를 확인 중이다.
머크와 손잡은 국내 기업도 여럿이다. 메드팩토는 머크로부터 키트루다를 무상으로 받는다. 그 외 약 500억~600억원의 임상 비용은 메드팩토가 부담할 예정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과 네오이뮨텍 역시 키트루다를 무상 제공 받는다. 다만 이외의 부분은 계약 내용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진출하려는 치료제 시장 규모는 제각각이다. 키트루다 병용 약물을 노린다는 점은 같지만, 적응증을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MSS형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중인 메드팩토는 “2025년 기준 글로벌 대장암 치료제 시장가치는 약 7조원이다. 이 중 MSS형 환자가 86%라 단순 계산하면 약 6조원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엔케이맥스와 네오이뮨텍 등이 노리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글로벌 시장은 2029년 329억달러(약 39조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은 긍정적이지만 결국엔 기술력이 관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키트루다가 해마다 20조원 가까이 팔리고 있지만, 아직 정복하지 못한 암도 많다. 키트루다를 내놓은 머크 입장에서도 시장성을 더 키울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고, 국내사들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라며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약물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임상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 키트루다주. (사진=약학정보원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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