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강도 조작하면 기억 인코딩 뉴런 달라져..기억 형성 원리 알아내

KAIST 연구진, 광유전학적 기술 이용해 원리 증명
  • 등록 2021-07-13 오후 1:00:00

    수정 2021-07-13 오후 1:00:0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유전학적 기술을 이용해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를 증명하고, 정신질환인 치매나 조현병을 치료할 실마리를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한진희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뉴런과 이들 사이의 시냅스 연결로 구성된 복잡한 신경 네트워크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뉴런이 선택되는 원리를 알아냈다고 13일 밝혔다.

한진희 KAIST 생명과학과 교수.(사진=KAIST)
과거의 경험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뇌에 저장되고 나중에 불러오게 된다. 기억은 뇌 전체에서 극히 적은 수의 뉴런들이 처리하고, 저장한다. 뉴런들이 어떻게 정해지고 선택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캐나다 연구진 등을 통해 두 뉴런이 동시에 활성화되면 이 두 뉴런 사이의 시냅스 연결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냅스 가소성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후 실험에서 학습으로 특정 시냅스에서 장기 강화(LTP)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하지만 LTP가 기억을 처리하는 뉴런을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우선 생쥐 뇌 편도체 부위에서 자연적인 학습 조건에서 LTP가 발생하지 않는 시냅스를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특정패턴으로 자극했다. 이어 시냅스 연결을 강하게 만들거나 약하게 조작할 때 기억을 담당하는 뉴런이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생쥐가 경험(청각 공포)을 하기 전에 시냅스를 미리 자극해 LTP가 일어나게 하자 기억과 상관없었던 시냅스에 기억이 인코딩되고 LTP가 일어난 뉴런이 주변 다른 뉴런에 비해 높은 확률로 기억 인코딩에 참여했다. 학습 직후 시냅스를 다시 광유전학 기술로 자극해 시냅스 연결을 약하게 했을 때는 시냅스와 뉴런에 기억이 인코딩되지 않았다.

반대로, 정상적으로 생쥐가 경험을 하고 난 바로 직후 LTP 자극으로 시냅스 연결을 인위적으로 강하게 했을 때는 LTP를 조작해준 시냅스에 기억이 인코딩되고 주변 다른 뉴런들에 비해 LTP를 발생시킨 뉴런에 인코딩됐다. 시냅스 강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면 기억 자체가 변하지 않지만, 기억을 인코딩하는 뉴런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한진희 교수는 “LTP에 의해 뉴런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결패턴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해 경험 관련 세포 집합체를 뇌에서 새로 만든다”며 “강하게 서로 연결된 뉴런들의 형성이 뇌에서 기억이 형성되는 원리”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달 24일자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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