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차는 번호판을 단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출고 당시부터 3년 동안이 가장 큰 감가가 일어나는 시기다. 1~3년정도 된 중고차는 신차에 비해 30% 이상 저렴한 매력이 있어야 판매가 순조롭게 이뤄진다. 판매량이 높은 베스트셀링 모델들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다. 감가가 상대적으로 적다. 통상 1년 정도 된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런 차는 우선 매물이 부족하다. 가격대 역시 감가가 30% 이내로 비싸다는 느낌도 든다. 2~3년이 지나 감가가 충분히 이뤄지고, 주행거리나 차량 실내가 새 차 느낌이 나는 새 차 같은 중고차가 매력적이다.
K9은 2012년 출시된 모델이다.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후륜 세단이다. 출시 당시 첨단 안전사양을 탑재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차체가 작아보인다는 디자인 문제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K9 1세대 모델은 지난해 860대 판매에 그쳤다. 출시 당시 제네시스와 에쿠스의 판매 간섭을 피하고자 두 모델의 사이에 위치했지만 이런 애매한 포지셔닝은 오히려 독이 됐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독자 브랜드를 출범해 기존 대중차 이미지를 탈피했다. 기아 K9은 기아가 만든 대형 세단으로 자리매김에 실패한 채 소비자에게 잊혀갔다.
중고차 시장에서의 K9은 가성비 갑으로 불린다. 2015년식 더 뉴 K9 3.3 GDI 이그제큐티브 모델의 시세는 3000만~3400만원 사이다. 주행거리는 2만5천km에서 7만5천km까지 다양하다. 10만km 이상 주행한 차량의 경우 2000만원대 구입이 가능하다. 2015년에 판매된 해당 트림의 K9 신차 가격이 548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중고차 가격이 폭락한 셈이다. 3년만에 2000만원 이상의 감가가 이뤄졌다.
폴크스바겐 골프는 기본기가 탄탄한 해치백이다. 골프의 고성능 버전인 GTI는 '서민들의 포르쉐'라고 불릴 정도다. 골프는 2년 전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판매가 중지됐다. 이런 덕분(?)인지 몰라도 중고차 시세는 매우 저렴하다. 더구나 판매 중지 직전에 신 차를 20% 이상 할인해 판매한 것도 중고차 가치 폭락에 영향을 줬다. 2015년 당시 판매된 골프 2.0리터 TDI의 신차가는 3450만원이었다. 현재 중고차 시세는 1000만원대 후반이다. 15년식 3만7천km 주행거리를 기록한 중고차는 18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6만km를 넘은 동일 연식의 차량은 1600만원이다. 3년 사이에 1500만원에서 많게는 2000만원에 가까운 감가가 진행됐다.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구입하는 현대자동차 아반떼 신차 가격과 비슷하다. 아반떼 1.6리터 디젤 신차는 1610만~2383만원이다.
현대자동차에 얼마 전까지 계륵과 같은 존재가 있었다. 중형 세단 수입차를 정조준해 2014년 출시한 아슬란이다. 제네시스를 독자 브랜드화 한 후 아슬란은 현대차의 전륜 플래그십 세단으로 기세가 등등했다. 하지만 판매는 폭망 수준이었다. 결국 지난해 말 생산을 중단했다. 아슬란은 3.0리터, 3.3리터의 두 가지 가솔린 엔진 라인업을 갖고 있다. 가격은 3990만~4640만원으로 그랜저보다 약 1000만원 정도 비쌌다. 그랜저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와 외관 디자인에서 차별화한 고급스러움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게다가 높은 배기량,연비도 좋지 않다는 평판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에서 멀어졌다.
2,3년 된 아슬란 중고는 2000만원에도 구입이 가능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배기량을 경험하고 싶은 소비자에게 적절하다. 아슬란 G300 모던 베이직 모델은 3895만원에 판매됐었다. 현재 해당 차량의 중고 시세는 1450만~2490만원까지 다양하다. 2000만원이면 주행거리 5만km가 안 된 모델을 구매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은 늘 허위 매물로 시끄럽다. 무조건 싸고 좋은 차는 없다. 중고차를 고를 때도 싼 매물보다 확실한 매물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를 땐 차를 잘 아는 지인과 동행하거나 판매업체에서 인증한 중고차를 사는 것도 하나의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