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1.8GHz 대역, 결국 SKT 품으로

  • 등록 2011-08-29 오후 6:49:39

    수정 2011-08-29 오후 6:51:52

[이데일리 신재웅 기자] 4세대 LTE의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기가헤르츠 대역 쟁탈전이 SK텔레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승자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입찰가가 시초가보다 두배 높은 1조원에 다다랐는데요. 결국 통신비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재웅 기자가 보도합니다.

                     

SK텔레콤이 4세대 LTE 시장의 최대 핵심으로 꼽혔던, 1.8 GHz 주파수 경매에서 최종 낙찰 기업에 선정됐습니다.

끝까지 피말리는 경쟁을 벌이던 KT는 경매 9일째인 오늘 1조 원의 문턱에서 입찰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SKT는 1조 원에서 50억 원이 빠지는 9,950억 원에 1.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SK텔레콤은 이번에 확보한 주파수로 LTE 용량을 확대해 가입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8기가헤르츠 주파수의 낙찰가격은 경매 시초가 4,450억 원에서 83라운드를 거치는 동안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경매가격이 이렇게 오르면서 경매에서 낙찰 받은 기업이 나중에 위험에 빠진다는 `승자의 저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장재혁 /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주파수 획득 경쟁에서는 승리했지만 과도한 경매가 지불때문에 경영난을 맞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으로 미국의 경우 영세업체가 고비용 낙찰가로 파산하거나 주파수를 반납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KT가 1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입찰을 포기한 것은 주파수 구입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입하면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주파수를 너무 비싼 가격에 구입할 경우, 그 부담이 고스란히 가입자들에게 돌아간다는 비난 여론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매물로 나온 3개의 주파수 대역 중, 1.8 기가헤르츠 대역은 SK텔레콤, 2.1 기가헤르츠 대역은 LG유플러스, 800메가헤르츠 대역은 KT에 각각 돌아갔습니다.

이번 경매를 통한 수익금 중 55%는 지경부 `정보통신진흥기금`으로, 45%는 방통위의 `방송통신발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이데일리 신재웅입니다.

◇ 앵커> LTE라는 용어가 굉장히 많이 나오는데,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 기자> LTE, `롱 텀 에볼루션`의 약자입니다. 말그대로 `긴 시간동안 진화시킨 기술`이라는 뜻인데요. 4세대 이동통신을 추구하고 있지만, 아직은 완벽하지는 못해서 3.9세대 이동통신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 여름부터 시작될 예정인데요. 이 LTE는 스마트폰에 가장 적합한 통신서비스로 전망되고 있어서, 스마트폰 시장 성공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1.8기가헤르츠라는 주파수 대역을 두고 이렇게까지 두업체가 경쟁을 했던 이유가 있나요?

◆ 기자> 과거 2세대, 2G 이동통신 시대에는 800메가헤르츠가 또, 3G 시대에는 2.1기가헤르츠가 황금 주파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차세대 4G LTE 시대의 핵심 대역이 바로 1.8기가 헤르츠입니다. `주파수`는 음성이나 데이터, 동영상 등을 실어 나르는 `도로`에 비유가 되곤 하는데요. 도로가 넓을수록 속도가 안정적이고 빨라져 통신 품질이 좋아지는 것과 마찬가지죠. 전 세계적으로도 LTE는 1.8기가헤르츠 대역에서 주로 제공되고 있거나 제공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SKT와 KT 모두 우수한 단말기의 확보라든지 해외 로밍 서비스 등을 위해서 1.8기가헤르츠 대역에 집착했던 것입니다.

◇ 앵커> 결국, 1조원에 딱 50억원 모자라는 9,950억 원에 낙찰이 됐습니다. 이렇게 높은 가격까지 오게 된 이유에 경매 방식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고 하던데요?

◆ 기자> 경매방식은 보통 두가지가 있는데요. 최저경쟁 가격을 주고, 각사가 입찰 희망가격을 적어 내서 가리는 `밀봉입찰`이 있고, 이번처럼 계속 경매가가 오르는 `오름입찰` 방법이 있습니다. 사전에 경매에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를 했는데요, 밀봉입찰로 한 번에 끝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오름입찰이 좋겠다고 사업자들이 동의했다고 합니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봐도 밀봉입찰을 하는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 오름 방식을 채택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너무 높은 낙찰 가격이 책정 되자 일각에서는 `밀봉입찰` 방식을 도입해야하는 것 아니냐!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 측은 이번 경매 경험을 토대로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문제는 거의 1조원에 가까운 낙찰가격인데요. 통신사업자가 요금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요?

◆ 기자> 높은 주파수 가격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요금인상으로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요금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주파수 대가를 앞세워서 더 많은 요금을 올리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유럽의 사례를 통해 알 수가 있는데요. 지난 2000년 영국에서는 최저가격인 1.8억 유로보다 54배나 많은 98억 유로에 낙찰됐고, 독일에서는 1억 유로에 시작한 경매가가 무려 84억 유로까지 치솟았습니다. 결국, 영국과 독일의 통신사들은 추가적인 투자와 요금인하에 대한 여력을 상실하게 됐습니다.

◇ 앵커> 1조원을 넘어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그래도 다행입니다. 그런데 같이 경쟁을 하던 KT는 왜 포기 결정을 내리게 된 건가요?

◆ 기자> KT 이석채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서 KT가 1.8기가헤르츠 대역을 갖는 것이 우리나라의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적합하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비용 측면에서 과열 현상이 나타나 멈추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적정한 가치를 1조 5천억 원 정도로 봤는데, 그정도 금액이라면 현재 KT가 추진중인 다른사업에 투자하는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덧붙였는데요. 그 다른 사업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애플리케이션 등을 꼽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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