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당초 현대건설 인수가 유력해보였다. 5조5100억원을 베팅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던 것. 하지만 잇따른 자금 출처 의혹에 부담을 느낀 채권단이 MOU를 해지하고, 법원마저 현대그룹을 외면하면서 사실상 인수 작업이 무산됐다.
그런데 이번 인수전으로 현대그룹이 몇가지 실속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상선 경영권을 지킨데다 은근히 신경쓰였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늘렸다. 유상증자로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 또한 긍정적이란 설명이다.
◇ 현대그룹, 일단 강경한 입장.."항고하겠다" 현대그룹은 일단 법원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앞서 재판부는 "채권단이 현대차, 언론의 의혹 제기에 흔들린 면이 있다"면서도 "현대그룹이 자료 제출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면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1조2000억원 대출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합리적인 범위 내"라며 "작성 명의인의 권한이 객관적으로 의심되는 3장의 대출확인서만 제출했을 뿐이므로 양해각서 해지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범 현대가의 유상증자 불참에 따른 실권주 발생 및 배정으로 우호지분이 4.1% 가량 늘었다. 대신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230만주, 183만주를 인수, 실권 물량을 소화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현 회장 및 우호주주의 지분율은 45% 가량이다. 범 현대가는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현대건설 지분을 합해도 지분율이 37%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완전히 안심하기엔 이르지만, 표 대결을 벌여도 현 회장의 승산이 높은 수준이다. 만약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7.7%(유상증자 후 기준)마저 넘겨받는다면 사실상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사라진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에 법원 결정 전에 선택하라고 압박했지만, 현대그룹을 달래기 위해 또 다시 중재안을 내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자금조달로 재무구조도 개선 `긍정적` 그룹 계열사들이 현대건설 인수용으로 조달했던 유상증자 대금을 다른데 쓸 수 있게 된 것 또한 긍정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3264억원을 조달했고, 현대엘리베이터는 2909억원을 모집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 체결 요구까지 받았던 현대그룹으로선 수천억원의 자금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현대그룹을 둘러싼 부실 우려감도 한층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대그룹은 인수전에서 `남는 장사`를 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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