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겪고도…"돈 많이 벌었네" 또 횡재세 꺼낸 伊

방산업계 콕 집어 "우크라戰으로 좋은 성과"
"수익성 높은 기업뿐 아니라 모두가 기여해야"
작년 은행 횡재세 부과 실패에도 재추진 주목
올해 伊 재정적자 GDP比 3.8% 예상…2026년 3% 목표
  • 등록 2024-10-04 오후 3:07:22

    수정 2024-10-04 오후 5:49:3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탈리아 정부가 ‘전쟁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방위산업 기업들을 상대로 일명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 (사진=AFP)


보도에 따르면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주최 행사에서 “다가올 예산안은 모두의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며 “수익성이 높은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르제티 장관은 특히 방산 업체들을 콕 집어 잠재적 타깃임을 시사했다. 그는 “역설적이게도 오늘날에는 이 모든 전쟁 속에서 무기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특히 잘 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세계 갈등이 커지면서 이들이 매우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르제티 장관은 또 “모든 조치는 이탈리아 헌법에 따른 정부의 권한과 일치할 것”이라며 “(정부 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개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을 포함한 국가 전체가 수행해야 할 노력의 일환이다. 우리는 모두 국가의 일부이며, (정부 재정 악화에 대비해) 부름을 받았을 뿐이다. 모두가 (세수 확대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국영 방산 업체인 레오나르도의 주가는 조르제티 장관의 발언 직후 2.56% 하락했다.

조르제티 장관은 다만 횡재세를 어떤 방식으로 거둘 것인지, 세율 인상을 의미하는지 등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이 실패함에 따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말을 아낀 것이라고 FT는 해석했다.

실제 이날 조르제티 장관은 지난해 8월 은행 순이자 수익에 대한 40% 횡재세 부과 계획이 주가 폭락 후 사실상 무산된 것을 언급하며 “관련 논의는 더이상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산 업체에 대한 횡재세 부과 추진도 “이익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부과한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가 어그러진 이후 기업들과 직접 만나 자발적으로 정부 재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탈리아 은행 협회는 지난주 “국가 예산에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는 추가 조치를 평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2022년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와 관련해 일부 위헌이라고 지난 6월 판결함에 따라, 이번 방산 업체들에 대한 횡재세 징수 역시 정부 바램대로 추진될 것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한편 올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8%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조르자 멜로니 정부는 2026년까지 유럽연합(EU)의 목표인 GDP 대비 3%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이며, 이 때문에 세수를 늘려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멜로니 정부는 올해는 ‘슈퍼 리치’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등 세제 개편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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