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까지 공언…"트럼프 2기 안 돼" 결집 가속(종합)

'민주당 지지' 부호, 트럼프 대항마 헤일리에 지원
비교적 젊은 50대초 나이에 유일한 여성 후보 강점
주한미군 거취, 자체 핵무장 여부 등 韓 영향도 커
  • 등록 2023-12-06 오후 3:43:18

    수정 2023-12-06 오후 7:27:48

[이데일리 김정남 방성훈 기자] ‘트럼프 2기는 절대로 안 된다.’

미국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반(反) 트럼프’ 결집이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의 재선만은 막아야 한다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부호가 공화당의 다른 후보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주한미군 철수 등 한반도 지형과 관련한 과격 발언들을 쏟아낸 적이 있어, 한국 입장에서도 이는 초미의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제공)


“트럼프 2기만은 절대 안 돼”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즈니스 네트워크 사이트 링크드인의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최근 공화당 소속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 대사의 선거 운동을 돕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를 기부했다.

호프먼은 민주당에 거금을 지원해 왔던 큰 손이다. 그런 그가 공화당 대선 주자를 돕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다. 호프먼 측은 자신이 조 바이든(81) 대통령의 재선을 적극 지지하는 민주당 쪽 인사라는 점에서, 기부금을 받을 것인지 슈퍼팩에 미리 확인까지 하고 돈을 전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 1위를 달리는 가운데 그의 집권만은 막아야 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NYT는 “호프먼은 반 트럼프 후보들에게 재정적으로 후원해 왔다”며 “미국 재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기 위해 헤일리 전 대사를 지원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석유 재벌 찰스 코크가 이끄는 정치단체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은 지난달 말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공화당의 돈줄로 불리는 미국 재계의 대표적인 보수 인사다.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역시 최근 한 행사에서 “(공화당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이먼 회장은 양당 중 어디를 지지하는지 정치 성향이 다소 불분명하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대항마’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인사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훨씬 젊은 50대 초반이고, 공화당 내에서 유일한 여성 대권 주자다.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낙태 등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해 공화당 후보 중 가장 전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해리스폴이 지난달 27일부터 이번달 1일까지 진행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 따르면 헤일리 전 대사(41%)는 바이든 대통령(37%)에 앞설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다만 바이든-트럼프 양자 대결(40% 대 47%)과 비교하면,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트럼프가 출마하지 않았으면 나도 재선에 도전했을지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 그는 이날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선거 자금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트럼프와 그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은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는데 필사적”이라고 비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사진=AFP 제공)


주한미군 철수 등 불확실성↑

‘좌충우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공화당 내 분위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의 딸인 공화당 소속 리즈 체니 전 연방 하원의원은 제3당 후보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체니 전 의원은 WP와 만나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으로 미국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다”며 “국제적으로도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존 외교 문법을 깨는 ‘트럼프 리스크’는 한반도 지형의 근간까지 뒤흔들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잇단 주한미군 철수 언급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마지막 국방장관인 마크 에스퍼의 회고록 ‘성스러운 맹세’(A Sacred Oath)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변의 만류에도 주한미군 완전 철수에 대한 생각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실제 재임 중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모든 나라들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 무장에 대해 열린 태도를 갖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동맹국 방어를 줄일 테니, 스스로 방어하라는 게 그의 굵직한 기조인 것이다. 이는 곧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국 독자 핵무장론을 잠재운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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