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24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지난달 하순 발표했지만,
삼성전자(005930) 주가는 한달째 7만원 대에 발이 묶이며 반등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非)메모리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반도체 사업에만 200조원의 자금을 집행하고, 미국에도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부지를 조만간 확정할 전망이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앞서 2018년 8월에도 3년 간(2018~2020년) 180조원 투자를 결정했지만, 주가가 그 결과를 반영하는 데에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 [삼성전자=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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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8월 8일 삼성그룹이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를 발표한 이전과 이후 삼성전자 주가 추이. (자료=마켓포인트·단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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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종가 기준)는 지난달 10일 8만 2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날까지 한 달째 7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240조원 신규 투자 계획이 공개된 8월 24일 3.14%(7만 3300원→7만 5600원)나 반짝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이날 오후 2시 현재 7만 5400원으로 제자리 걸음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인텔이 지난 8일(현지시간) 유럽에 신규 반도체 공장 2곳을 짓는 등 최대 800억 유로(약 110조 5000억원) 투자를 발표,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대규모 투자 결정이 단기간에 실적 및 성과로 나타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신규 투자 이후 공장 건설과 가동까지 2~3년의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 8월 삼성그룹이 180조원의 투자를 발표했을 당시에도 5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공정을 도입한 극자외선(EUV) 전용 공장이 가동될 때까지 1년 6개월 가량 소요됐다. 당시 주가도 메모리 슈퍼사이클 시기 5만 7220원(2017년 11월 1일)으로 고점을 찍은 뒤, 투자 계획 발표 당일인 2018년 8월 8일(4만 6800원)까지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2018년 투자 발표 시점의 삼성전자 주가 흐름도 현재 상황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그해 6월 7일(5만 600원) 이후 두 달 넘게 4만원 대에 머물고 있었지만, 신규 투자 발표 직후인 8월 31일엔 4만 8450원까지 오르며 5만원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주가는 2019년 1월 4일 3만 7450원으로 저점을 기록할 때까지 하락세가 이어졌다. 주가가 5만원대로 반등한 것은 투자 발표 1년 2개월 뒤인 2019년 10월 14일(5만원)이었다.
삼성전자 주가에 180조원 투자 계획이 본격적으로 반영된 것은 경기도 화성 EUV 전용 V1라인이 가동(2020년 2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선 회복 이후 상승세에 탄력을 받으며, 석 달 뒤인 2020년 1월 9일 5만 8600원으로 전고점(5만 7220원)을 돌파했다. 또 같은 달 13일 6만원, 20일엔 6만 2400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240조원 신규투자는 비메모리 분야의 집중 투자로 단기보다는 중장기 밸류에이션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 투자의 핵심은 비메모리 투자가 기존 계획보다 3~4년 앞당겨 조기 집행되고, 3나노를 내년부터 본격 양산해 TSMC, 인텔 대비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점유율 확대 전략”이라며 “향후 변동성 낮은 비메모리 반도체 이익 비중을 확대해 삼성전자의 중장기 밸류에이션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