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찾은 이인영 "北도 합의 준수 노력…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평양공동선언·남북군사합의 2주년 맞아 첫 판문점 방문
코로나19 상황 나아지는 대로 판문점 견학 재개·DMZ 평화의 길 추진
  • 등록 2020-09-16 오전 11:47:56

    수정 2020-09-16 오후 9:38:49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6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JSA경비대대 안에서 장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16일 판문점을 방문해 ‘남북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이행 준수를 강조하고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통일부 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했다. 9·19 남북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 2주년을 앞둔 시점이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지 정확히 석 달이 되는 시점이다.

이 장관은 이날 자유의집에서 유엔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식수한 판문점 곳곳을 둘러봤다.

그는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야 할 의미있는 시간에 코로나19 상황이 계속되고 남북의 시간이 멈추면서 나와 여러분(통일부 당직자·기자 등)만 있는 점이 아쉽다”며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전쟁의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과 비교해 현재는 제한적이지만 평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공동연락소가 폭파되면서 남북 연락선이 모두 단절됐지만, 한국과 북한 모두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지금도 우리는 합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상호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남북 간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입법과정을 통해 대북전단 문제를 풀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해 조정해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에 대해서도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북공동연락소 폭파는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이후 김 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 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측은 우리 측 일부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해 재설치하려던 확성기를 철거하고 대남전단 준비도 중단한 바 있다”며 “작년 창린도에서 실시한 해안포 사격훈련이나 올해 5월 있었던 감시초소(GP)총격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북측은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판단이 한국정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며 로버트 에이브럼스 미국 주한사령관도 같은 평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남북 접경 상황은 차분하고 안정적이라면서 “일부 충돌이 있지만, 대체로 북한은 2018년 9월부터 포괄적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오늘날 전 세계 민법과 국제법의 대원칙인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vanda)를 인용해, “합의는 이행을 통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인도 분야와 교류 협력 분야의 ‘작은 접근’부터 진행하겠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는 대로 판문점 견학과 DMZ 평화의 길을 재개하고, 소규모 이산가족 상봉을 역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장관이 판문점에서 한 발언 전문이다.

<전문>

자유의 집에서 군정위 회의실을 거쳐 기념식수 장소까지 판문점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여러 마음이 생깁니다.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야 할 의미있는 시간에 코로나 19 상황이 계속되고, 남북의 시간이 멈추면서 저와 여러분들만 있는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둘러보면 이 곳 여기저기에 평화를 향한 남북 정상의 노력이 서려있습니다.

그 족적이 남아있습니다.

‘분단의 공간’이었던 공동경비구역에는 비무장한 남북 군인들이 서있고 두 정상이 심은 나무도 온전히 뿌리를 내렸습니다.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호 적대행위가 전면 중지되었고, 화살머리고지에서는 전사자의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DMZ도 감시초소가 일부 철수되고, 평화의 길이 열렸습니다.

2017년 한반도에서 전쟁을 이야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 비하면, 지금은 군사적 긴장이 완화되고 국민들께서 평화를 보다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분쟁이 발생하는 중동이나 서남아 지역의 국경분쟁, 남중국해에서 높아지는 군사적 긴장을 보면, 그에 비해 남북관계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남북 정상의 역사적 결단과 합의는 높이 평가 받아 마땅하며 특히 군사적 갈등상황을 막아내는 장치로서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가 중요한 기능을 하였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과 북 모두 합의를 이행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도 의미 있게 평가받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는 합의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호 적대적인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남북간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입법과정을 통해 대북전단 문제를 풀고 있습니다.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여러 제반사항을 고려하여 조정하여 시행하였습니다.

물론 우리의 노력에 비해 비핵화 협상이 더디고 여전히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이산가족 교류와 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한편으로 저는, 북측도 나름대로 합의를 준수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분명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후 김정은 위원장이 대남군사행동 보류를 지시한 것은 더 이상의 긴장고조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으로 판단합니다.

아울러 북측은 우리측 일부 단체의 전단 살포에 대응하여 재설치하려던 확성기를 철거하고 대남전단 준비도 중단한 바 있습니다.

작년 창린도에서 실시한 해안포 사격훈련이나 올해 5월에 있었던 GP 총격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북측은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는 우리만의 평가는 아닙니다. 한미연합사령관도 최근 토론회에서 북측이 군사합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습니다.

물론 9.19 남북공동선언이 군사적 분야에 한정되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2년 전 합의 당시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서 두 정상이 함께 세운 역사적 이정표를 높이 평가하였고, 완전히 구현되기를 기대했었습니다만, ‘남북의 시간’이 여러 분야에서 더 진전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남북의 갈등이 아직 존재하는 상황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접경지역의 평화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가장 높이 평가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합니다(Pacta Sunt Servanda)

합의는 이행을 통해 완성됩니다.

양측 지도자의 결단을 완성하고 ‘남북의 시간’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남북 공동의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이 당장 할 수 있는 인도분야와 교류협력 분야의 “작은 접근”부터 진행해 나가려 합니다.

그렇게 출발해서 다시 믿음과 신뢰의 시간을 만들어 가려 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완화된다면 10월부터라도 판문점 견학과 DMZ 평화의 길을 신속하게 재개할 것이며, 판문점에서 소규모 이산가족 상봉도 제의하게 되길 희망합니다.

북측도 두 정상의 약속인, 남북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 화답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9.19 남북공동선언에서는 남과 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기로 한 바 있습니다.

북미가 풀어나가야 하지만 저는 남북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할 부분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전이라도 보건의료, 방역협력, 기후환경 분야의 인도협력은 한미간의 소통을 바탕으로 정세와 관계없이 연간 일정 규모로 지속되어야 남북미가 상호 신뢰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포함한 협의 채널이 복원되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재개되기를 희망합니다.

강대국간 경쟁으로 인한 전통적 안보과제와 코로나19 및 기후환경의 변화로 인한 비전통적 안보과제라는 ‘이중 도전’에 직면해 있는 엄혹한 현실에서 남북은 숙명적인 생명·안전공동체로서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측에 발생한 수해 피해만큼 북측에 발생한 피해도 안타깝게 생각하며, 적절한 계기에 서로, 상호간에 연대와 협력을 구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평화의 미래를 꿈꾸며 남북이 여기 함께 나무를 심었듯이, 평화와 번영의 열매를 함께 맺어 나가길 바랍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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