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유럽대륙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질적인 재정위기와 경기불황으로 유럽이 외면당했던 과거와는 완연히 다른 모습이다.
돈의 흐름이 신흥국에서 유럽으로 바뀌면서 유럽 주식시장은 활기를 띄고 채권은 발행하기 바쁘게 팔리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FT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연기금 등 미국 기관 투자자들이 올 상반기에 유럽에 투자한 금액은 650억달러(약 70조778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반기 투자 기준으로 지난 1977년 이후 최대 규모다.
◇글로벌 머니 무브, 유럽으로
글로벌 머니무브(money move· 수익성이 높은 투자처로 자금 대이동)가 최근 유럽으로 몰리는 데에는 유럽경제가 부채위기에서 벗어나 회생조짐을 보이고 있고 투자자 신뢰도 회복됐기 때문이다.
에디 퍼킨스 골드만삭스 국제 투자부문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최근 경기지표 호조 등으로 유럽에 대한 투자 전망이 밝아진 게 사실”이라며 “유럽 증시가 계속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로버트 파킨스 HSBC 증시 전략가는 “기업들의 실적 호조가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유럽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1.4로 장기 평균치 14.8을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QE) 등 출구전략에 따른 선진국 금리 상승도 유럽 시장 자금 유입에 한 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국제 채권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 전문업체 딜로직은 유럽에서 지난 2주간 39건의 회사채가 발행됐으며 그 규모는 290억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달에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담이 덜할 때 차입하려는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올해부터 이달 첫 주까지 발행된 유럽의 회사채 규모는 416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것이다.
데니스 콜만 골드만삭스 유럽 차입투자 책임자는 “연준의 QE 축소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유럽 채권시장은 더 바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리아·신흥시장 침체 등 여전히 ‘살얼음판’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다소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유럽 각국은 여전히 과중한 국가 부채로 신음하고 있다. 긴축재정에 대한 유럽인들의 반감도 크다. 유럽 각국의 정치 불안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미국의 시리아 내전 개입 우려로 국제 유가가 불안하다.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유럽은 물론 미국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연준의 QE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빠져나오는 점도 유럽 기업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이들 신흥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저리 자금이 몰려들면서 고도 성장을 구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 자금이 최근 신흥시장에서 빠져나오면서 이들 국가들은 환율 불안정과 경제성장 정체 등에 시달리고 있다.
FT는 유럽 기업들이 올리는 평균 매출에서 중남미·아시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3분의 1에 달한다며 신흥시장의 경기부진은 곧 유럽기업 실적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