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1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3일차 무대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 지명을 공식 수락하는 연설에 나섰다. 그는 평범하면서도 짧고 강렬하고 쉬운 문장으로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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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그는 미네소타를 제외한 지역에서는 사실 무명이었다. 그가 이번 대선에서 부상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의원을 향해 “정말 이상하다”(weird)고 밝히면서다. 민주당이 그간 트럼프의 조롱 공격에 논리적으로 대응할수록 오히려 역효과가 났지만, 월즈의 이 한마디는 강렬했다. 공화당 대통령·부통령을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유권자들이 이들을 무시하게 만든 것이다. 그는 이날 ‘위험하다’는 한마디를 추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인 낙태권리를 자신의 경험을 들어 쉽게 설명했다. 월즈는 “몇 년이 걸렸지만 불임치료를 받고 딸이 태어나자 ‘호프’(hope: 희망)라는 이름을 지었다”며 “이 이야기를 꺼내 든 것은 이번 선거에서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그는 “공화당이 말하는 자유는 정부가 여러분의 진료실을 자유롭게 침범할 수 있다는 뜻이지만, 민주당이 말하는 자유는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자유, 자신의 건강관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고 했다. 낙태는 자유를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총기규제 문제도 자유의 가치와 연결했다. 월즈는 “난 육군방위군에 근무한 베테랑으로 공화당 의원보다 총을 더 잘 쐈다”면서 “(무기휴대 권리를 지지하는) 수정헌법 제2조를 믿지만, 우리의 첫 번째 책임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 자녀가 총에 맞아 죽을 걱정 없이 학교에 갈 수 있는 자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4쿼터 상황입니다. 필드골을 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공격 중입니다. 카멀러 해리스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 트렌치(trench: 공격과 수비가 맞부딪히는 중간지역)에 들어가서 (상대를 막는) 블로킹과 태클을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한 통의 전화, 한 번씩 문을 두드리세요. 한번에 5달러씩 기부합시다”
마치 결승골을 앞두고 지시를 내리는 코치 같은 모습이었다. 관중석에서는 ‘월즈, 코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고등학교 교사, 학교 미식축구 코치 등 평범한 이력을 가진 월즈만이 가능한 연설이었다. 전날 희망과 꿈을 고상하게 이야기한 오바마 부부와 또 다른 호소력이 있는 메시지였다. 민주당이 엘리트 정당으로 변모했다며 환멸을 느낀 미국인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렬한 힘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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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당대회에서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등장해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했다. 노련한 연설가였던 그는 과거와 달리 목이 쉬었지만, 위트와 풍자를 적절히 섞으며 트럼프의 고령 논란을 부각시키며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클린턴 은 “결코 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민주당의 결집을 촉구했다. 전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선거가 매우 박빙의 선거가 될 것이라는 강조한 점을 당원들에게 거듭 상기시켰다.
특히 클린턴은 트럼프가 자기중심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에 대해 “그는 대부분 자신에 대해서만 말한다”면서 “다음에 그의 말을 들을 때는 거짓말을 세지 말고 그가 ‘나(I)’라고 할 때를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자신에만 집중하는 반면,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면 매일 ‘당신(you)’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할 것”이라고 비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이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트럼프에 대한 명확한 공격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깜짝 등장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카멀라 해리스를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것”이라며 “이번 대선은 우리와 그들의 선거가 아니라, 당신과 나의 선거이며 우리의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