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모델S와 모델X의 미국 시장 내 최저가를 3000달러(약 398만원)씩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모델S와 모델X의 최저가는 각각 8만 7490달러(약 1억 1600만원), 9만 7490달러(약 1억 2900만원)으로 높아졌다.
이번 인상 결정은 이달 초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 가격을 낮춘 지 2주 만에 이뤄진 데다, 그동안의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과 상반된 움직임이어서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테슬라는 이달 7일 두 차종 최저가를 가격 5000달러(약 664만원) 인하한 바 있다.
전날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도 머스크는 “낮은 마진으로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 나중에 (시장 점유율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을 때 가격을 올려 마진을 거둬들이는 것이 더 낫다”며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마진율(19%)이 제너럴모터스(GM·7%)나 포드(4%)보다 높은 만큼 가격 경쟁을 위해 승기를 굳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공격적인 가격 인하는 순이익 악화로 이어졌고 투자자 우려를 야기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테슬라의 1분기 순이익은 25억 1000만달러(약 3조 31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감소했다. 마진율도 경쟁사를 앞지르긴 했지만 연초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공언한 목표인 20%를 밑돌았다.
1분기 차량 인도량(42만 2875대·전기트럭 제외)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긴 했지만, 가격 인하에도 시장 컨센서스(약 43만 2000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은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결국 이날 테슬라 주가는 9.75% 폭락했다.
시장에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 실적 공개 후 테슬라 주가가 폭락함에 따라 불안해진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머스크가 전날 “여전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고 밝힌 만큼 자신감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테슬라가 이번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전략을 전면 전환할지는 불분명하다. 연초 가격과 비교하면 모델S와 모델X의 인상된 가격도 각각 16%, 19% 저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커크혼 CFO는 실적 발표에서 투자 여력을 잠식할 정도로 마진율이 하락하는 건 우려할 만하다면서도 “아직 (마진을) 재검토하지 않을 만큼 테슬라엔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