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계, 대리점·노조와 매년 갈등..쿠팡式 직고용 안되나

CJ대한통운 대리점주 사망놓고 책임공방 이어져
"재하청 구조의 기형적 택배 산업 바꿔야" 지적도
노조+비용 문제로 직고용 현실 가능성 어려워
쿠팡은 직고용·규모의 경제로 차별화 서비스 제공
  • 등록 2021-09-02 오후 3:18:20

    수정 2021-09-02 오후 9:18:03

[이데일리 윤정훈 이용성 기자] 최근 CJ대한통운 한 대리점주의 죽음을 놓고 기형적인 택배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도 택배 산업의 약자인 택배대리점이 노조와 갈등을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 중심의 택배 업계가 쿠팡처럼 직고용 형태로 바꿀 수 있도록 업계 차원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2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 인근 도로에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을 내건 택배차량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책임자는 없고 남 탓만 하는 택배업계

지난달 30일 김포에서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을 운영하는 40대 점주의 사망을 놓고 택배사와 택배대리점, 택배노조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택배대리점연합회는 노조원의 불법 태업과 악랄한 업무방해 등이 그를 죽음으로 이끌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국택배노조는 죽음의 원인을 원청인 택배사 탓으로 전가하고 있다. 택배사는 대리점에서 이뤄지는 일에 대해서는 자세한 사항을 몰랐다고 뒷짐을 지고 있다.

전국택배노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는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원청(CJ대한통운 지사장)의 요구로 대리점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CJ대한통운이 결정적 원인 제공자인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유족측은 CJ대한통운을 통해 “고인은 죽음을 통해 노조의 횡포가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극에 달해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쏟아낸 헛된 말들이 마치 진실인 양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면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노조를 비난했다.

(사진=이미나 기자)
“노조+비용 문제로 직고용 현실화 어려워”

택배 업계는 낮은 운임이 굳어진 현재 구조에서 쿠팡과 같은 직고용 형태는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한다. 자체 물건을 배송하는 쿠팡과 고객사의 물건을 배송하는 택배사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 택배업계는 사업 태동기인 1990년대는 한진·대한통운 등이 직고용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서 택배 단가를 낮춰 영업하기 시작하자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이에 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아웃소싱을 시작했고, 그 형태가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김범준 통합물류협회 전무는 “쿠팡은 자기 물건을 배송하기 때문에 물량 확보가 가능하고 1대에 3000만원인 영업용 번호판 비용이 들지 않는다”며 “다른 택배사가 이처럼 하면 직고용으로 비용이 증가해서 적자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물류사업은 다양해지고 있는데 정책은 일원화돼 있어서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며 “직고용을 얘기하기 전에 자가물류와 영업용물류, 대형 수출입물류 등을 세부적으로 나눠서 지원해주고 육성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리스크도 직고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해외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직고용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만약 직고용을 한다면 노조로 인해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늘어난 비용만큼의 손실은 회사가 다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국민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과거와 같은 형태의 노조 문화가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며 “정부도 감정에 호소하는 노조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줄 것이 아니라, 확실한 기준을 세워야 기업이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쿠팡·마켓컬리 물류시스템 구축하며 직고용 늘려

택배업계가 매년 출혈경쟁을 하는 동안에 쿠팡과 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직접 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직고용을 매년 늘리며 고용 창출에 앞장서고, 소비자에게는 빠르고 값싼(무료)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택배 업계와 달리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도 절약하고 있다.

쿠팡은 현재 약 5만명에 달하는 인력을 직접고용, 비정규직, 개인사업자(쿠팡플렉스)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주 5일에 15일 연차휴가까지 제공하고 있다.

최근 마켓컬리도 수백 명 규모의 직고용 샛별크루를 채용한다고 밝혔다. 남부권 배송 물량이 늘어나면서 직접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택배 업계는 수수료 인상분의 배분을 놓고 다투는 등 매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택배산업은 외면받고 있다.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의 주가는 수년째 게걸음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CJ그룹이 CJ대한통운의 택배 부문을 매각할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 산업은 이해관계자가 많아서 운임을 올리는 것도 사회적합의기구에서 정해줘야 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기존 택배사가 만약 직고용을 한다면 비용 때문에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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