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후폭풍` 외환시장 강타‥환율 1140원대 진입할 듯

양적완화 축소 시사에 환율 15원 가까이 급등
당분간 달러 강세‥시차두고 원화 강세 전환
  • 등록 2013-05-23 오후 4:48:38

    수정 2013-05-23 오후 4:48:3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말 한마디가 외환시장을 강타하며 달러-원 환율이 하루 새 15원 가까이 급등했다. 당분간 글로벌 달러 강세 분위기를 반영하며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 버냉키 양적완화 축소 시사‥日 금융시장 흔들리자 2차 유탄

마켓포인트 화면번호 6111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14.7원 오른 1128.7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12일(1129.1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 1월28일(19원) 이후 최대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미국 시장에 풀린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달러 값이 치솟으면서 6원 가량 오른 채 출발했다. 간밤 버냉키 의장은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경제지표가 호전된다면 채권매입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장 초반 수출기업이 달러를 팔면서 1120원 대 초반에서 막혀 있던 환율은 점심 무렵 2차 유탄을 맞았다. 중국 제조업 지표가 부진하게 나온데다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유동성 이탈 우려가 맞물리면서 일본 증시가 7% 넘게 급락하고 엔화 약세흐름도 꺾이자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다. 엔화 약세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엔-원 숏포지션(엔화 매도 원화 매수)을 구축했던 시장참가자들이 일제히 숏커버(엔화 매수 원화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양적완화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했던 글로벌 자금은 원자폭탄을 맞은 상황”이라면서 “자금이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엔 약세 기조도 상당히 약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달러 강세 지속‥환율 1140원대까지 오를 수 있어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양적완화 축소를 미리 반영해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달러-원 환율이 1120원대를 상향돌파하면서 연중 고점인 1145원대까지 특별한 저항선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엔화 약세 흐름도 주춤할 가능성이 커졌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가파르게 오른 일본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일본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화 하락속도가 늦춰지면 환율이 오르는 속도를 늦추던 당국 개입 경계감도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단기적인 충격을 받자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포지션을 줄이고 있어 엔화 강세 원화 약세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오르겠지만, 시차를 두고 원화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수 있지만 연준이 실제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고 금리를 올리면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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