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18세기 청심환이 그리운 이유

  • 등록 2012-07-03 오후 6:59:19

    수정 2012-07-03 오후 6:59:19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9일자 38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남창균 기자] 1780년 연행(燕行) 기록인 열하일기에는 청심환 관련 일화가 자주 나온다.

8월7일, 발을 다친 하인이 빌린 나귀 삯으로 돈 2백닢과 청심환 5알을 줬다.

8월8일, 청심환 1알을 주고 소주를 실컷 먹었다.

8월18일, 절 마당에 널어놓은 오미자를 무단으로 먹었다는 이유로 승려와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청심환 1알을 주자 고마워했다.

연암 박지원이 청심환을 돈 대용으로 요긴하게 써먹은 얘기들이다. 당시 청나라 사람들은 돈으로도 못 구하는 조선산 청심환에 목말라했다. 사향과 우황으로 만드는 청심환은 원래 중국 송나라 때 의서인 ‘태평혜민화제국방’이라는 책에서 처음 소개된다. 중국이 원조라는 얘기다. 그런데 조선의 청심환이 무한 사랑을 받은 이유는 제주산 우황이 명품이었기 때문이다.

청심환은 조선후기를 대표하는 킬러 상품(killer product)이었던 셈이다. 킬러 상품을 만드는 일은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모든 기업의 꿈이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킬러 상품으로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다. 애플은 올 1분기에 영업이익 153억8400만달러(18조원/환율 1170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9.3%에 달한다.

1분기 국내 유가증권시장 165개 상장법인의 영업이익이 24조6000억원임에 비춰보면 애플의 실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한국도 적지 않은 킬러 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 기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은 메모리반도체 LNG운반선 컬러모니터 내화금고 휴대용부탄가스 등 131개에 달한다.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인 제품도 405개나 된다. 향후 5년 이내에 세계시장 점유율 5위 안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차세대 일류상품 수도 186개 정도다.

하지만 내용을 까보면 부실하기 짝이 없다. 김치 유자차 고려인삼 고추장 등 ‘우물안 개구리’ 상품과 매출 규모가 작은 잔챙이 제품이 상당수에 달한다. 아이폰처럼 결정적인 한방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킬러 중의 킬러’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글로벌 일류 기업의 기술력을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고 있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상품, 시장의 틀을 바꿀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토마스 에디슨이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가 서너명쯤 나온다면 퍼스트 무버로 우뚝 서는 게 손쉬운 일이겠지만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따라서 인재를 기르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뾰족수가 없는 셈이다. ‘1명의 천재가 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했던 이건희 삼성 회장도 틈날 때마다 R&D를 강조한다. “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하고 연구개발도 많이 하겠다. 삼성의 미래는 신사업·신제품·신기술에 달렸으며 실패는 삼성인에게 주어진 특권이며 도전하고 또 도전해야 한다.”

청나라의 선진 문물을 배우자고 외쳤던 연암의 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가히 혁신적이었지만, 오늘 우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21세기의 청심환을 만들 수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