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영국계 은행 홍콩상하이은행(HSBC)의 최대주주 중국 핑안보험이 제시한 아시아 사업 분할 요구에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를 권고했다.
| HSBC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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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가 최근 투자자들에게 중국 핑안보험이 제시한 HSBC 아시아 분할 제안과 관련해 세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8일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 루이스 역시 HSBC의 아시아 사업 분할에 대한 반대 의견을 냈다. HSBC는 다음 달 5일 영국에서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HSBC 지분 8.29%를 보유한 최대주주 핑안보험은 지난해부터 HSBC의 아시아 사업을 분할한 뒤 홍콩 증권거래소에 별도로 상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HSBC는 홍콩과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대부분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데,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은행이라는 이유로 영국 당국의 배당금 규제를 받고 있어서다. 아울러 아시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비아시아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막아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HSBC 경영진은 경쟁력 악화와 비용 부담을 들어 분할에 반대하고 있다. 아시아 사업을 분할할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며 전세계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린다는 것이 HSBC의 입장이다. 핑안보험이 아시아 사업 분할을 요구하자 HSBC는 캐나다와 프랑스 등 실적이 저조한 비아시아권 소매 금융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등 아시아 사업에 집중해왔다.
중국 본토와 서방 시장을 잇는 역할을 했던 HSBC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최근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HSBC는 지난 2020년 중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홍콩 국가보안법 지지 성명에 동참했다가 서방 국가들의 비판을 받았다. 로이터는 “서방과 중국 간의 외교 관계가 악화되면 HSBC의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