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재건축 비상’ 목동 단체활동 돌입…“죽기전에 신축 지어달라”

9단지 안전진단 탈락에 초대형 현수막 걸고 시위
“목숨걸린 안전진단 목동주민 살게하라” 정부 규탄
법리적 검토 토대로 추가 주민시위 예고
  • 등록 2020-10-21 오후 1:25:06

    수정 2020-10-21 오후 9:45:14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죽기 전에 신축 아파트 지어 멀쩡한 집 살고 싶다. 목숨 걸린 안전진단 목동주민 살게 하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 예정 단지의 대규모 집단 반발이 거세다.

최근 목동9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 최종 탈락하면서 목동 일대 재건축 기대감이 가라앉은 가운데 이를 수긍하지 못하는 주민들이 아파트 절반 크기의 초대형 현수막을 걸고 단체활동에 돌입했다. 목동 11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이하 재준위)는 향후 법리적 검토를 한 뒤 대규모 집단 시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 아파트에 내걸린 목동 재건축 갈등의 내용이 적힌 초대형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목동 11단지 재준위는 최근 11단지 아파트에 세 개의 초대형 현수막을 공중에 띄웠다.

현수막에는 ‘비가 오면 천장 샌다. 니가 와서 살아봐라. 죽기 전에 신축 지어 멀쩡한 집 살고 싶다’, ‘소방도로 전무하다. 화재나면 다 죽는다. 목숨 걸린 안전진단 목동주민 살게 하라’, ‘황희는 녹을 먹고 주민을 녹물 먹냐. 우리의 눈물 모아 김수영 수영하냐’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지난달 말 목동9단지가 2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재건축 불가 등급인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리자 이에 불복한 주민들이 광고물을 제작한 것이다. 이 현수막은 지난 19일 양천구청에서 강제 철거했다. 양천구청 측은 “공중에 보이는 현수막 등 옥외광고물은 불법관리물에 속한다”면서 “관련 민원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재준위 측에 자진정비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아 구청에서 철거를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준위는 법리적 대응까지 하겠다는 결의로 선제적 항의현수막을 설치하고, 공정한 잣대의 안전진단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목동9단지의 안전진단 1차점수는 53.32점으로, 이미 안전진단의 최종 통과를 했던 성산시영의 1차점수 53.88보다 더 낮은 점수였다. 그러나 목동9단지는 정부산하 검증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진행한 2차 평가에서 평가 점수를 5이상 올린 58점대로 최종 탈락이 됐다. 여러 가지 평가 항목 중 눈에 띄는 항목은 주관적 평가 요소가 반영되는 비용분석 점수다. 재준위 측은 목동 6단지 성산시영 아파트의 경우 1차와 2차 점수가 동일한 40점인 반면, 목동 9단지만 1차 40점, 2차 70점으로 점수가 상향되고 3점이 가점됐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준위 관계자는 “건기연은 목동9단지의 2차 점수가 공정한 평가라면 평가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평가해야할 안전진단 평가에 ‘부동산 정치’로서의 정책적인 방향이 담겨서 일부러 불통과 시켰다는 불신이 목동 전체 단지에 팽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2만6000여가구가 모두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들 단지는 지난해 3월 모두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지난 6월 목동6단지가 14개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정밀안전진단까지 통과하며 목동 일대에 재건축 열기가 퍼졌다. 이후 나머지 단지들은 정밀안전진단 통과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던 상황이다. 5·11·13단지는 지난 6월과 7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적정성 검토를 받고 있으며, 14·1·7·4·10·2·3·12·8단지가 차례로 1차 정밀안전진단을 진행중이다.

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 아파트에 내걸린 목동 재건축 갈등의 내용이 적힌 초대형 현수막. (사진=독자 제공)
하지만 9단지가 안전진단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나머지 단지의 재건축 여부도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는 지난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절차를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1~2차 안전진단 관리주체를 지자체에서 시·도로 변경해 현장조사가 더 세밀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재준위 측은 향후 법리적 검토를 통해 더 강한 주민 시위를 준비하겠다며 추가 대응을 예고했다.

목동11단지에 거주하는 한 관계자는 “현수막 문구는 과장이 아니라 100% 실제 상황”이라면서 “목동11단지의 경우 32년차 아파트인데 당시의 자동차 보급률과 현재의 보급률이 다르다 보니 세대당 주차 대수가 약 0.4대에 불과해 주차를 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밤에는 소방차는커녕, 내 차를 둘 자리도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목동 아파트 단지는 내부배관은 썩고 내진설계도 전무한 것은 물론 소방차도 진입 불가한 위험한 노후 아파트”라면서 “정당한 안전진단 잣대로 평가를 받기 위해 모든 대응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 불안 심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공급을 억제하는 정책만으로는 주민 반발 등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5월 목동11단지 심야시간대 주차장 현황.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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