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울산이 산업도시의 대명사가 된 건 무려 반세기 전의 일이다. 지난 1962년 국내 최초, 최대의 임해국가공업단지가 울산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 중 핵심이 조선업이었다. 굴지의 대기업 현대중공업(009540)이 대표적이다. 2014년 말 현재 울산의 조선업 종사자는 울산 내 전체 제조업 근로자의 29.9%에 달한다. 자동차(24.9%)와 함께 울산을 떠받치는 ‘양대산맥’인 것이다. 울산은 박정희정권의 바람대로 “기계음으로 가득 찼고”, 전국에서 지역내총생산(GRDP)이 가장 높은 ‘잘 사는’ 도시로 군림해왔다.
그런데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의 칼날이 울산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당장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있고, 덩달아 지역내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울산뿐만 아니다. 조선업 비중이 높은 전남 목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지역의 현대삼호중공업은 최근 몇 년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목포 경제를 좌지우지해 왔던 현대삼호중공업이 흔들리자, 지역 전반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휘청이는 ‘산업도시’ 울산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1년 전만 해도 6만명 초중반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들어 5만명대로 내려앉더니 5만명 초반대까지 감소했다.
또 지난해 1~10월 중 울산의 체불임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억원 증가한 316억원을 기록했다. 체불근로자 수도 지난해 10월 7251명에 달했다. 조선사들의 수익성 저하에 고용부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현대중공업 계열 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은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울산지역 조선업 생산은 2013년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1~10월 중에는 18.0%가량 큰 폭 감소했다. 이 기간 조선업 수출 역시 19.2% 급감했다.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지난해 7월 기준 조선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의 경우 주택매매가격이 1.1% 떨어졌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필요”
목포도 마찬가지다. 전남 서남권 주요 조선사의 상시고용 인원은 지난해 10월 중 약 1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약 2만3000명) 대비 18.9% 감소했다. 임직원에 대한 임금체불액도 지난해 1~10월 18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2억원 증가했다.
소비심리도 나빠지고 있다. 목포의 대형마트 매출액은 2016년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목포의 부동산 매매가격도 전월 대비 0.1% 상승에 그쳤다. 2010년~2015년 중 연평균 상승률(0.3%)을 하회한 것이다.
전성범 한은 목포본부 과장은 “대형 조선사는 선박생산 거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등의 경영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소 조선사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레저선박 건조 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