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있는 국내 기업 10곳 중 3곳은 노조원 자녀나 배우자에 대한 일자리 세습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시대 공신의 자손이나 친척이 과거를 치루지 않고도 벼슬길에 나설 수 있던 ‘음서제’의 현대판이나 다름없다는 비난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와 한국노동연구원이 12일 공개한 2013년 기준 727곳의 단체협약 현황에 따르면 조사대상 단협중 30%(221개소)가 정년퇴직자 등의 배우자, 직계자녀에 대한 우선채용 및 특별채용 규정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질병·사고 퇴직자 가족(155개소)이나 사망자 기족(71개소)을 우선채용하는 경우가 총 226개소로 가장 많았다. 업무상 사망 또는 1∼6등급 장애를 입은 근로자 가족을 특별채용하도록 규정한 곳은 20곳으로 조사됐다.
그 외 △정년퇴직자 가족(133개소) △업무 외 질병·사고 사망자 가족(22개소) △정리해고자 가족(23개소) △조합원 또는 장기근속자 가족(13개소) 등을 우선채용하도록 규정한 곳도 191개소나 됐다.
현대차(005380)는 단협에 직원 자녀 우선 채용 조항을 넣었다가 사회적 공분을 사 법원까지 간 끝에 사회 질서를 반하는 약정이라는 이유로 무효 판결을 받기도 했다. 특별채용 조항이 청년들의 취업 기회를 제한하고 일자리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자리 세습조항이 상당수 기업에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유명무실한 규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 때 노조 동의(합의)를 구하도록 한 경우는 125곳(17.2%), 협의는 164곳(22.6%)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분할, 합병, 양도, 휴·폐업 등 기업변동 때 노조의 동의(합의) 규정을 둔 사업장은 79곳(10.9%), 협의는 145곳(19.9%)이었다.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경우는 174곳(23.9%)이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항목은 기본급 외에 통상수당(174곳, 9.0%), 고정상여금, 연장근로수당, 노사가 합의하는 임금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36곳(5.0%)이며 이 중 능력, 성과, 업적 등의 평가를 통해 연봉을 결정하는 사업장은 8곳(1.1%)이었다.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86.4%(628곳)이고, 실 근로시간 이외에 근로시간에 포함되는 시간에 대한 규정이 있는 경우는 29.0%(214곳)이다. 단체협약에 정년을 정한 사업장은 591곳(72.0%)이고, 이 가운데 60세 이상으로 정한 경우는 140곳(19.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