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회계-전산장부 오류와 관련한 두가지 관전 포인트다.
주요 재무계수와 전산원장의 불일치는 가계부 작성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계부를 쓸 때 신용카드로 쓴 돈은 명세서를 뽑아보면 한눈에 알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현금으로 쓴 돈은 어디다 얼마를 썼는지 매일 기록하고, 더해야 한다.
예금, 대출, 은행채발행, 유가증권 투자 등 약 2000~3000개의 항목(계정)으로 구성되는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가계부라고 할 때 예금과 대출 등 은행 고유업무를 비롯해 대부분의 은행 계정은 신용카드로 쓴 돈을 계산하는 방식과 같다. 전산화가 이뤄져 있어 일일이 기록하지 않아도 돈이 드나들때마다 자동으로 계산이 이뤄지고, 대차대조표에 반영된다. 이를 온라인계정이라 한다.
반면 일부 계정은 여전히 현금을 쓴 돈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작성된다. 이를 비(非)온라인계정이라 하는데 다른 은행에 비해 전산화가 뒤처졌던 국민은행은 비온라인계정이 많은 곳이었다. 문제된 대차대조표와의 불일치도 비온라인계정에서 비롯됐다.
현금을 사용한 내역(비온라인계정)을 가계부에 쓴다고 생각해보자. `커피 5000원, 점심 5000원, 교통비 2000원` 하는 식으로 일일이 작성한 뒤 그날 하루 쓴 돈의 합(1만2000원)을 구하고, 이를 이달 현재까지 쓴 돈에 더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비온라인계정은 로그데이터의 숫자를 더해서 산출한 것이므로 당연히 로그데이터의 합(보조원장)과 대차대조표 상의 비온라인계정과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경우 거액의 불일치가 발견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고객과 직접 관련이 없고, 거래발생빈도가 늦은 업무 중 일부는 보조원장 없이 총계정원장에 직접 반영했는데 이 과정에서 생긴 계산상의 착오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즉 거래건수가 별로 없는 비온라인계정은 `커피, 점심, 교통비`와 같이 일일이 작성하지 않고, `오늘 지출액`과 같이 뭉뚱거려서 총계정원장에 올렸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가 과다하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단순 해프닝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홍콩 등 해외 유력 금융사의 애널리스트들이 `회계부정`을 의심하며 우리 정부의 코멘트를 요청했다"며 "국민은행의 해명 내용을 해외 애널리스트들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단순 착오라기에는 액수가 너무 크다는 점도 의문점으로 남는다. 한 시중은행 IT담당자는 "회계법인 감사나 내부감사 등을 받을 때 가장 먼저 보는 부분에서 100조원대의 불일치가 발생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국민은행측의 해명을 단순히 전달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어 의구심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이날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은행이 업무상 오류였을 뿐 회계에 관한 중대한 문제는 아니라고 전해왔다"는 정도로 해명하는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