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메꾸려 무리한 생산 감행, 아리셀 박순관 대표 등 재판행

수원지검 박 대표와 아들 박중언 본부장 24일 구속기소
박 대표는 중처법, 파견법, 산안법 위반 등 혐의
아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납품비리 업무방해 혐의도
매년 적자난 아리셀 매출 늘리려 무리한 생산 일정 진행
  • 등록 2024-09-24 오후 1:39:20

    수정 2024-09-24 오후 1:39:20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화성시 소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그의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6월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낸 사고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지난달 2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수원지검 전담수사팀(안병수 2차장검사)은 박 대표를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업재해치사),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함께 구속 기소된 박 본부장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 과실치사상, 파견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또 아리셀 임직원 등 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아리셀 등 4개 법인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각 불구속 기소했다.

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오전 10시 30분께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박 본부장 등은 전지 보관 및 관리(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와 화재 발생 대비 안전관리(안전교육·소방훈련 미실시) 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대형 인명 사고를 일으킨 혐의다. 박 대표와 박 본부장 등은 2021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근로자 320명을 아리셀 직접생산 공정에 허가 없이 불법 파견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아리셀은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발생하자 매출 증대를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을 투입해 무리한 생산을 감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은 안전·보건 예산은 최소한으로 편성·집행하고, 담당 부서 인력을 감축했으며, 안전보건 관리자 퇴사 후에도 4개월간 비워뒀다. 이후 전지에 대한 기본지식도 없는 직원을 형식적으로 안전보건 관리자로 임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불법 파견업체로부터 숙련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다수 제공받아 고위험 전지 생산 공정에 안전교육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화재로 숨진 23명 중 20명이 파견근로자였으며, 사망자 대부분이 입사 3∼8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검찰은 박 총괄본부장 등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 벽체를 임의로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해 구조를 변경했으며, 가벽 뒤 출입구에는 정규직 근로자들만 출입할 수 있는 잠금장치를 설치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박 대표 등은 파견 근로자의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법 파견 적발을 우려해 산업재해 조사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은폐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번 화재 원인은 전지 단락으로 인한 연쇄 폭발로 파악됐으나, 최초 폭발한 전지가 불에 타버려서 단락이 발생한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아리셀 측이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다수의 전지들을 소분하지 않고 적재하거나 전지 발열 검사를 생략하는 등 최소한의 안전조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은 것이 연쇄 폭발과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중언 본부장은 화재와 별개로 방위사업청과 전지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전지 성능이 미달하자 시료 전지 바꿔치기, 데이터 조작 등 위계로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검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국방기술품질원에 조작행위가 발각돼 시정조치를 받은 후에도 박 총괄본부장 등은 불량원인 파악이나 품질 개선 노력 없이 납품 지연에 따른 손실을 막기 위해 인력을 늘려 생산을 강행하고, 생산을 반대한 담당 연구원을 대상으로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방위사업청에 대한 사기 혐의를 추가로 수사 중이다.

원지검은 사고 발생 당일 안병수 2차장검사를 팀장으로 하는 전담수사팀을 꾸려 경찰과 노동청의 수사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수사팀에 배터리 및 산업안전 분야 전문검사를 투입해 화재 원인 분석과 법리 검토를 통한 혐의 소명에 주력했다.

수원지검 공보관 황우진 부장검사는 “수사팀 검사들이 공판팀을 구성해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면밀하게 공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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