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결'로 비둘기 문 활짝 열고 싶어도…금통위원 3명은 반대

사상 첫 7회 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 3.5%
최종금리 놓고 3대 3으로 갈린 금통위
3.75%는 '꼭'이 아닌 '가능성'의 영역
이창용 "美금리보단 韓 상황 보고 간다"
"국고 3년 금리, 기준금리 하회, 과잉 반응 아냐"
  • 등록 2023-01-13 오후 3:34:31

    수정 2023-01-13 오후 3:34:31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이 2021년 8월부터 이달 13일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리면서 ‘역사상 가장 빠른 금리 인상기’가 종료 수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당분간 금리 동결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상기 종료 선언’을 명확히 하진 않았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3.5%에서 금리가 멈추기를, 나머지 3명이 3.75%까지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동결 기조’로 비둘기(완화 선호) 문을 활짝 열기 부담스러워졌지만 일단 문고리는 잡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비둘기’ 통방 문구에도 ‘중립’ 기어 당긴 이창용


한은은 13일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3.5%로 높였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면서도 물가가 목표치(2%)를 상단기간 상회할 것으로 보여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금리 인상의 변이다.

이 총재는 “학술적 연구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3%를 넘어서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5%를 넘어가면 가속화돼 부작용이 생긴다고 한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작년 7월 6.3%에서 12월 5.0%까지 내려왔지만 올 1~2월에도 5%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한 번의 추가 인상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총재는 “연말에는 3% 가깝게 물가가 하락 기조를 보일 전망이라 이전에 비해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정교한 통화정책을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교한 통화정책이란 작년처럼 ‘물가 안정’만 보고 금리를 인상해나가는 직진 행보보다는 물가, 성장 등을 동시에 보겠다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금리의 상·하방 요인을 모두 따지다보면 금리는 제자리를 걸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도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 유지가 삭제되는 등 ‘동결 기조’가 나타날 것이란 점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모두말씀을 통해 “성장의 하방 위험과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그간의 금리 인상 파급효과,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작년 11월 전망대로 3.6%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은 1.7%보다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작년 4분기에는 중국 코로나19 확산, 반도체 경기 악화, 이태원 사고(로 인한 심리 위축)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1월부턴 미국, 유럽 성장률이 상향 조정되고 중국 코로나 확산도 1월을 지나면서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푹 꺼져 시작점이 낮아지면서 올해 성장률까지 1% 중반대로 떨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총재는 “아직 경기침체가 아닌 경계선에 있다”며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비해선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나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면서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며 한미 금리 역전폭(1.25%포인트)은 금리 결정에 있어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미국 최종금리 상단이 5.25%에서 종료된다면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폭(1.5%포인트)을 넘어서게 된다.

*총재 제외, 3.75%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두자는 의미 출처: 한국은행


◇ ‘중립’으로 말해도 ‘동결’로 알아요


그럼에도 총재는 “앞으로 금리를 동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며 공식적인 금리 인상 종료 선언을 꺼렸다. 금통위 내부에서 최종금리를 두고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총재는 “앞으로 3개월 정도의 기간을 보고 금리 정점을 얘기할 때 3명의 금통위원은 최종금리를 3.5%로 보고, 나머지 3명은 3.75%까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밝혔다. 3.75%까지 전망하는 위원들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 미국의 금리 수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아예 금리 인상의 문을 닫아선 안 된다는 판단이란 게 총재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종료에 무게를 두고 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5%, 3.75%로 금통위원 의견이 나뉜 것은 최종금리 도달 시점을 앞두고 시장 내 피봇(Pivot·정책 전환) 기대감을 억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흐름으로 풀이된다”며 “최종금리는 여전히 3.5%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말을 되풀이했지만 시장금리 하락을 용인했다. 총재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기준금리(3.5%)보다 더 낮은 3.3%대로 내려간 것에 대해 “앞으로 2~3년 뒤 금리 수준이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지금처럼 초단기 금리보다 2~3년물 금리가 역전할 것”이라며 “시장이 과잉 반응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가 나빠질 것을 반영한 것인지, 에너지 가격 등 물가 하락으로 중장기 금리가 떨어질 것을 반영한 것인지, 더 나아가서 고령화 때문에 추세적인 반응을 할 것인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덧붙였다.

비우량 채권,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산담보부 어음(PF-ABCP) 등에 대한 경계감이 크다며 필요시 환매조건부매입채권(RP)을 매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시장 안정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금리 인상 효과를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적어도 ‘연속 금리 인상의 시대’는 끝났고 4분기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말 총재가 물가가 3%까지 둔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실질 기준금리는 0.5%”라며 “물가만 고려했을 때 연내 금리 인하는 힘들다. 내년 상반기에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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