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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던 유 전 본부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열리지 않게 됐다. 검찰이 전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적용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구속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었으나, 유 전 본부장 사망으로 심리가 불가능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검찰 측이 피의자가 사망했으므로 입건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것이고, 법원에 기청구된 영장을 철회해 절차가 마무리될 것”이라며 “심문일 전 철회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해도 구인영장이 집행될 수 없기 때문에 심문은 열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하면서 그와 관련된 수사는 더이상 나아가기 힘들게 됐다. 유 전 본부장은 2014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당시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자 대장동 아파트 분양을 맡은 이모 씨에게서 자금을 조달했고, 2014년 8월 서울 시내의 한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정 회계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봤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일과 7일 유 전 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했고,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전날 신청했다.
대장동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2011년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채용된 뒤 기술지원 TF 단장을 맡아 공사 설립과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의 사전 정지작업을 주도해 온 인물로 꼽힌다. 2013년 9월 공사 설립 이후엔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로 통하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로 선발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대장동 의혹 전반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잃은 셈이다.
다년간의 특수수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사망하기 전 이번 의혹과 관련해 자세한 상황을 담은 유서 등을 남겼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진실을 밝히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수사팀으로서는 해당 의혹의 공범들이 유 전 본부장에게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커져 수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검찰 수사에 원인?…“인권보호 규정 모두 준수”
반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졌을 때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이 모욕적인 언사를 하거나 가족을 볼모로 삼아 압박한다는 등 인격 모독적인 행위가 있었다면 수사팀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대부분 수사가 강도 있게 제대로 진행되는 경우”라며 “유 전 본부장이 수사에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수사기관 책임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특이사항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이 모두 참여했고, 관련 인권보호 규정상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중앙지검은 이날 유 전 본부장 사망과 관련해 “이번 불행한 일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경찰 등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7시 40분께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2시께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경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