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취업자 수가 석 달 연속 60만명 안팎의 증가세를 보여 고용시장이 코로나19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19가 할퀴고 간 상처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에 일자리를 뺏기고 4개월 이상 놀고 있는 실업자 수가 36만명에 육박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적당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고용시장 회복은 대기업에 집중됐다.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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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코로나19의 상흔: 노동시장의 3가지 이슈’라는 제목의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자동화 가속화 △실업의 장기화 △고용집중도 상승 등이 고용시장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면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햄버거, 커피 등 일부 외식 업종에선 근로자 수를 줄인 대신 키오스크 등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가속화됐다. 코로나 이전엔 자동화 확률이 10%포인트 높아지면 대면서비스업 고용증가율이 0.86%포인트 낮아졌는데 코로나 이후엔 이 수치가 1.39%포인트 감소로 충격이 커졌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근로자 직군의 상당수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경우가 많았던 데다 과거 메르스 등 감염병이 확산 당시에도 로봇 도입이 가속화된 바 있다. 실제 키오스크는 2018년까지만 해도 1만대에서 작년 2만대로 급성장했다.
4개월 이상 놀고 있는 장기 실업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말까지만 해도 이들은 27만명이었으나 작년말 31만3000명, 올 6월말 35만7000명으로 1년 반동안 8만7000명이 늘어났다. 올 들어 장기 실업자는 월 평균 4만9000명씩(전년동기) 증가하고 있다. 송상윤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올 들어 신규 장기실업자는 월평균 6000명 증가했는데 기존 장기실업자는 4만3000명씩 늘어났다”며 “구직 의지는 있으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실업자들이 누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장기실업자들은 구직 의지를 상실, 향후 구직단념자로 전락하는 비율이 높았다. 실업 상태에서 3개월 이내 구직단념자가 된 비율을 살펴보면 장기실업자 5명 중 1명(21.1%)이 구직단념자가 됐고 단기실업자(실업상태 3개월 이내)는 10명 중 1명(11.9%)에 그쳤다. 장기실업자의 취업확률이 단기실업자보다 6%포인트 낮았다. 교육 수준, 취업 경험 유무, 연령, 성별 등과 상관없이 실업 상태가 장기간 지속될수록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 (단위: 만명)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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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대기업 위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고용 집중도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집중도는 고용증가율을 악화시킨다. 반면 중소기업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체의 취업자 수는 작년 2월을 100으로 볼 때 코로나19 확산에도 올 6월 106.4로 회복세를 보인 반면 30명 이상~300명 미만의 경우 아직 99.2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고용집중도를 보여주는 허핀달-허쉬만 지수(HHI)는 2019년 4분기 7.15에서 올 1분기말 7.92로 높아져 고용집중도가 심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HHI지수는 0~1사이의 값을 가지며 1로 갈수록 집중도가 심함을 의미한다. HHI지수가 10% 오르면 고용증가율은 평균적으로 0.08%포인트 하락한다.
고용집중도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근로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이 구인 활동을 덜 해서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1분기 중 300명 미만의 사업체의 미충원 인원은 1년 전보다 47.7% 증가했다. 미충원 인원은 구인인원에서 채용인원을 뺀 값으로 필요한 인력 대비 실제 고용한 인력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 과장은 “구직자와 중소기업 모두 눈이 높아 적당한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