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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한국 시간으로 4일 오전 9시40분경 동해상으로 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 39분 간 정점 고도 2802㎞까지 상승해 933㎞를 비행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의 ICBM은 미국 본토인 알래스카까지 공격할 수 있다.
美 “모든수단 동원해 北위협에 강경대응”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ICBM으로 확인됐다면서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책임을 묻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도 “북한은 ICBM 발사로 미국(본토)과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을 키우고 있다”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북한의 위협에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추가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가 이전보다 강경하게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독자적인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1년 동안 축적한 핵·미사일 및 기술개발 등을 고려하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대응카드는 제한적이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쓸 수 있는 대응책은 지난 4월 보여줬던 것처럼 북한 인근 해역에 항공모함을 보내거나, 사이버 프로그램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초기에 저지하는 것 정도라고 NYT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응책들은 북한이 재차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방법도 시도했으나, 중국 측의 미온적인 태도는 그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이에 미 정부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이나 개인을 제재하는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들어 중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세컨더리 보이콧을 위한 사전 준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달 29일 미 재무부가 단둥은행 등 중국 기업 2곳과 중국인 2명을 대북 제재 대상에 추가한 것도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대북협상·선제타격 등 실현가능성 낮아
결국 남은 건 대화·협상을 통한 회유책이나 선제타격 등과 같은 군사대응책 정도다. 하지만 대화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아울러 과거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의 대북협상 사례를 보면 북한이 언제든 협상을 파기시킬 우려도 있다. 게다가 북한이 이미 10∼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늦은 시점이어서 핵 동결은 북한의 핵무기를 사실상 용인해주는 것과 다를바 없다.
선제타격의 경우 아직 이른데다 사실상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현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공격을 받은 북한이 1000만명이 거주하는 서울에 보복 공격을 할 수도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지난 2006년 선제타격을 주장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도 최근엔 “당시에는 좋은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현재 펼치고 있는 대북 제재들을 제외하면 미국 정부가 추가적으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얘기다. NYT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했다가 몰락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에서 확인됐듯, 김정은은 핵 프로그램이 자신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시도를 막아주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