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 취소, 또 취소..2016년은 M&A ’불발‘의 한해

화이자·스테이플스 등 정부 규제·소송에 발목
유가·주가하락 및 가격 이견 등에 ‘백지화’
올해 최대 M&A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
  • 등록 2016-12-28 오후 1:49:08

    수정 2016-12-28 오후 2:46: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올해 불발된 인수·합병(M&A) 계약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M&A가 무산된 주된 이유로는 정부의 규제, 유가 및 주가 하락, 경영권 분쟁, 가격이견 등이 꼽힌다.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톰슨로이터의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올해 총 7972억 달러(한화 약 962조원) 규모의 M&A 계약 1009건이 무산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발표된 전체 M&A 금액 3조 5500억 달러(4285조원)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올해 무산된 대부분의 M&A 계약은 지난 2년 동안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과도한 성장을 추구하다 보니 다소 위험하고 규모가 큰 거래를 성사시키려고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와 피인수 기업의 소극적인 태도도 계약을 되돌리는데 일조했다. 정부는 시장 독점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했고, M&A 대상이 된 일부 기업들은 제시된 가격에 만족하지 못했다.

화이자·스테이플스 등 정부 규제·소송에 발목

지난 해 10월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자는 보톡스로 유명한 앨러건을 1520억 달러(183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두 거대 기업 간의 계약은 15년 만에 가장 큰 M&A 소식이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미국 2위의 제약업체인 화이자는 앨러건을 인수한 뒤 아일랜드로 본사를 옮겨 세금을 줄이려고 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두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4월 조세회피 규제를 강화, M&A는 결국 백지화됐다.

세계 석유 서비스업계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핼리버튼과 베이커 휴즈의 M&A도 정부가 차단시켰다. 핼리버튼은 올해 초 베이커 휴즈를 350억 달러(4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지만, 미국 법무부의 합병 저지 소송으로 5월 협상을 접었다. 미 법무부는 두 회사가 합병하면 경쟁이 줄어들고 서비스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핼리버튼과 베이커 휴즈가 반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일부 사업을 매각하려 해도 유가 하락 때문에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도 계약 파기의 원인이 됐다. 결국 베이커 휴즈는 지난 10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석유·가스 사업부문과 합병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부터 추진됐던 미국의 사무용품 1위·2위 기업 스테이플스와 오피스 디포 간 M&A도 미 당국의 제지로 무산됐다. 두 회사는 63억 달러(7조 6000억원)에 합병하기로 합의했으나, 미국 연방통상위원회(FTC)가 반독점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지난 5월 법원은 합병을 허가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유가·주가하락 및 가격 이견 등에 ‘백지화’

석유 및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운영사인 에너지 트랜스퍼는 지난 해 9월 윌리엄스 컴퍼니스를 327억 달러(40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두 번째 도전이었다. 하지만 에너지 트랜스퍼는 유가가 하락하자 합의한 인수 금액이 비싸다며 계약 파기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수 개월 동안 상호 비방과 법적 다툼이 이어졌고 법원은 결국 에너지 트랜스퍼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용 기기를 생산하는 허니웰과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가 900억 달러(109조원) 규모의 M&A 논의를 시작했던 지난 해 봄까지만 해도 새로운 공룡 기업이 탄생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는 주가 하락으로 협상 의욕을 잃기 시작했다. M&A 이후 누가 회사를 경영권할 것인지도 걸림돌이 됐다. 허니웰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집요하게 M&A를 추진했으나,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가 통합을 원치 않아 3월에 인수를 철회했다.

오레오 과자로 유명한 몬델리즈는 초콜릿 회사 허시를 인수하기 위해 230억 달러(28조원)를 제시했으나, 허시가 받아들이기에는 부족한 액수였다. 허시 최대주주가 안고 있는 법적 문제도 M&A 불발에 기여했다.

올해 최대 M&A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

한편 화이자-앨러건, 허니웰과-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합병 불발로 올해 최대 규모의 M&A는 AT&T의 타임워너 인수가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는 지난 10월 미디어 대표 기업 타임워너를 850억 달러(103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이는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의 미국 종자회사 몬산토 인수 금액 660억 달러(80조원)를 웃도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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