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물류 부동산 개발에 강점을 둔 영국의 ‘트리탁스 유로박스’가 유럽 인수·합병(M&A) 시장의 주요 매물로 등장한 가운데 글로벌 투자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유럽 물류센터 임대 계약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수요가 커지자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와 부동산 전문 투자사들이 최소 수천 억원의 인수가를 제시하는 모습이다. 트리탁스유로박스 인수전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 글로벌 PE가 인수가로 1조원을 제시하면서 경쟁이 보다 치열해져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현지 자본시장에 따르면 캐나다 투자회사인 브룩필드자산운용은 트리탁스유로박스 인수가로 5억5700만파운드(약 1조원)를 제시했다. 이는 트리탁스유로박스를 노려온 영국의 또 다른 투자사들이 제시한 인수가보다 약 10% 높은 금액이다. 경쟁사들이 형성해 둔 인수가에 웃돈을 얹어서라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트리탁스유로박스가 무엇이길래 글로벌 투자사들이 웃돈을 얹어서라도 인수를 하려는 걸까. 이 회사는 유럽 7개국에 걸쳐 약 2조2000억원 규모의 물류창고를 관리하는 물류 부동산 개발사로, 연간 임대 수익만 1100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유럽에 물류 기지를 확보해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통상 트리탁스유로박스와 같은 회사와 임대 계약을 맺고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 대표적으로 삼성SDS 네덜란드 법인은 지난 2020년 유럽 물류 시장 개척 차원에서 트리탁스유로박스와 임대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트리탁스유로박스가 연간 1000억원 이상씩 따박따박 수익을 내는 알짜배기 매물인데다가, 상업용 부동산 유형 중에서도 물류 부문의 안정성이 높다는 점, 유럽 물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기에 적합한 매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모양새다. 실제 브룩필드는 회사의 기존 물류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이번 딜에 통 큰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애널리스트는 “브룩필드는 물류 중심 부동산에 대한 투자 실적이 뛰어난 회사”라며 “트리탁스유로박스는 브룩필드가 가진 기존 물류 포트폴리오와 결이 잘 맞는 딜로, 향후 브룩필드의 추가 투자를 통해 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트리탁스유로박스 측은 브룩필드의 인수가에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리탁스유로박스는 주주 승인을 거쳐 이르면 연말 안으로 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딜은 물류 부문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들의 베팅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앞서 미국 최대 사모펀드운용사인 블랙스톤은 1조5000억원을 들여 유럽의 한 물류 펀드 지분을 품었고, 스웨덴 기반의 사모펀드운용사 EQT는 유럽 3위의 냉동 물류창고 운영사 ‘콘스텔레이션 콜드 로지스틱스’를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