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패치를 4800여장 불법 처방한 의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 (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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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김미경)는 1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모(5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5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신씨 등으로부터 펜타닐을 처방받아 투약하고 타인에게 판매하는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환자 김모(30)씨는 징역 3년,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마약)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다른 의사 임모(42)씨에 대해서는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의사 신씨는 2020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허리디스크 통증을 호소한 환자 김모(30)씨에게 304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4826매를 처방해 준 혐의를 받는다. 신씨는 펜타닐 패치를 무분별하게 처방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첫 의사다. 또다른 의사 임씨는 2021년 6월부터 2021년 11월 환자 A씨에게 56회에 걸쳐 펜타닐 패치 686매를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환자 김씨는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2020년 1월부터 약 3년간 16개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 총 7655매를 처방받아 투약한 것은 물론 타인에게 판매하는 역할까지 한 혐의다.
이른바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말기 암 환자나 심각한 통증 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개발된 진통제다. 펜타닐은 같은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강력한 약효를 지니고 있다. 펜타닐의 치사량은 0.002g에 불과하다.
재판부는 “신씨는 의사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마약류 등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관리했어야 함에도 오랜 시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약물을 처방해 사적 이익을 취하고 사회적 약물 오남용 위험성을 높였다”며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약물을 처방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이런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또 임씨에 대해서는 “마약류가 오남용되지 않도록 엄격히 관리했어야 함에도 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환자 김씨의 양형에 대해서는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은 횟수나 매수가 혼자 사용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많은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씨는 이번 재판 이전 다른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의 선고가 지난해 7월 확정된 바 있다. 이번 실형이 최종 확정될 경우 김씨는 징역 2년을 추가로 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