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한일 안보협력이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한일 양국 정상은 상대국을 오가며 현안을 논의하는 ‘셔틀외교’를 12년 만에 복원하는 등 관계 개선에 나선 만큼 이번 정상회를 계기로 협력 행보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강제 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양국의 강력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 G7 정상회의 참관국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히로시마 G7 정상회의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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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발표할 공동 성명에 ‘한일 각국이 공격을 받으면 서로 협의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을 원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이 인도·태평양에서 북한과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한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올 들어 한미일 3국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 가동하기로 하는 등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 다음 단계 협력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등도 거론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을 우려해 미국 MD 체계에 가입하지 않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이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공동으로 네 차례나 실시하는 등 3국 간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이번 3국 정상회의 이후 공동성명에는 기존보다 한 단계 높은 군사훈련·사이버 보안·미사일방어·경제 안보 협력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28일 브리핑에서 정상회의 의제인 대북 공조와 관련해 “한미일 3자 관계가 더 두터워지고 있고 (3국 군의) 상호 운용성이 나아지고 있다”면서 “작전과 훈련을 같이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군사 역량을 개발할 방법을 모색하며 협력을 더 열정적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이 17일 동해 공해상에서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해상 미사일 방어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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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상회의는 한미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NCG는 북핵 억제와 대응을 위해 창설한 한미 간 기구로, 일본이 합류하면 협의체로서 국제사회서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정상회의는 NCG에 일본이 합류하기 위한 중간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외정책이 바뀌기 때문에 일본도 윤석열 정부와 동맹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도입하고자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간 동맹 관계 구축이라는 외교 성과를 거두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은 가라앉을 것으로 정부에서는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안보협력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요청 △사도(佐渡) 광산 유네스코 등재 △위안부 문제 등 현안이 산적하다. 이에 한일 정상의 공동 선언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환점에 들어선 지금의 한일관계에 필요한 것은 정치적 불안정성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한일 협력에 대한 강한 의지 표명”이라며 “양국의 공동 이익 창출을 위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협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