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경찰이 ‘강남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 청부살인을 지시한 배후인 재력가 부부 유모(51)씨와 황모(49)씨, 범행에 사용된 마취제를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이경우의 배우자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재력가 부부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 부부가 피해자 A씨와 각종 송사를 겪으며 갈등하던 중 금전이 필요했던 ‘3인방’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서울 강남에서 40대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3인조 피의자 이경우, 황대한, 연지호(왼쪽부터)가 9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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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경찰청은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까지 ‘강남 납치·살해 사건’과 관련 4명을 구속 송치했고, 공범으로 파악되는 재력가 부부, 이경우의 배우자에 대해서도 범행 동기나 관여 정도에 대해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재력가인 유씨의 부인인 황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이날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범행을 주도했던 3인방 중 주범인 이경우(35)에게 범행자금 7000만원을 건네는 등 ‘청부살인’을 지시해 강도살인교사 혐의로 지난 7일 체포됐다. 이들 부부의 구속 기한은 오는 14일에 끝나는 만큼 경찰은 14일 전까지 관련 조사를 마치고 부부를 검찰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9일 강도살인과 사체 유기,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주범 이경우와 함께 황대한(35), 연지호(30)를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피해자 A씨를 미행하던 중 범행에서 이탈한 혐의(강도예비)를 받는 B씨도 함께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전날 송치된 3인방의 진술 등에서 관련 언급이 있었던 만큼 ‘배후’라고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유씨 부부로부터 직접 착수금을 받은 주범 이경우의 진술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됐다”며 “살인 교사인지, 공모 및 공동정범인지 등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통해 명확히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씨 부부가 A씨와 코인 투자 관련 문제로 송사를 겪어왔던 만큼, 범행 동기로 작용했을 만큼 감정적인 골이 깊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전체적으로는 코인 관련 문제지만, 감정의 골이 상당이 깊어져 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은 A씨에 대한 납치·살해가 이뤄졌던 사건 당일인 ‘3월 29일’이 범행 날짜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계획이 없이 허술하게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3인방은 A씨를 미행하는 과정에서 자차를 이용하는 등 허점을 보인 바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경우의 진술에 따르면 빨리 범행을 저질러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연지호 역시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며 “나름 사전 모의는 있었지만 사건 당일 A씨가 귀가하는 과정에서 목격되면서 범행이 일어난 것이지, 딱히 날짜를 계획하거나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경찰은 3인방은 금전이, 유씨 부부의 경우 A씨와 송사를 겪었던 것을 범행 동기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유씨 부부에 대한 수사를 통해 추가 입건 대상자가 나올지를 판단하고, 관련자가 나오면 원칙적으로 입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