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이끄는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서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현금은 쓰레기”(Cash is trash)라는 말은 달리오가 2020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해 주목받았다. 물가 폭등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 탓에 같은 액면가의 화폐를 통한 상품 구매력이 이전보다 더 작아졌다는, 다시 말해 사실상 세금을 거두는 것(인플레이션세)과 같은 악영향이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2년 후인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현금보다 주식에 더 투자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시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해 왔다.
달리오는 ‘연방준비제도(Fed)가 경기 둔화 없이 수요를 줄일 방법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40년 만의 최고치인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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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악재’에 휘청거리는 시장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1% 내린 3941.48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35% 떨어진 1만1264.45에 장을 마쳤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부터 스냅 쇼크에 움츠러들었다. 스냅은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회사다. 빅테크라고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실적이 종전 예상치의 하한선을 밑돌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43.08% 고꾸라지자, 웬만한 빅테크들의 주가는 모두 큰 폭 떨어졌다.
알파벳(구글 모회사·-4.95%), 메타(페이스북 모회사·-7.62%), 로쿠(-13.74%), 핀터레스트(-23.64%) 같은 관련주들은 모두 급락을 면치 못했다. 애플(-1.92%), 마이크로소프트(-0.40%), 아마존(-3.21%), 테슬라(-6.93%) 등 역시 타격을 받았다.
왜 그런 것일까. 에번 스피걸 스냅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서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치솟는 인플레이션 △공급망 위기 △인력 부족 등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질 경우 광고비 지출을 줄일 수 있고, 이는 곧 소셜미디어와 스트리밍 업체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것이다. 영국 시티인덱스의 피오나 신코타 선임분석가는 “기업과 경제 전반의 상황이 매우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어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바이털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스냅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수익성이 낮은 회사가 전체 시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러나 시장이 (작은 악재에도) 얼마나 민감한 상태인지를 감안하면 스냅은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장에 충격을 준 건 스냅뿐만 아니다. 의류업체 아베크롬비앤드피치의 주가는 무려 28.58% 빠졌다. 1분기 27센트의 주당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폭락한 것이다. 시장 예상치(8센트)를 밑도는 실적이다. 월마트, 타깃 등 대형 소매업체들의 어닝 쇼크에 이어 다른 기업들까지 거시 환경 악화로부터 타격 받으면서, 투심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억만장자 헤드펀드 거물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CEO는 트위터에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거나 증시가 폭락해 경제 붕괴를 촉발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없다”며 “올해 시장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이 그 일을 할 것”이라며 “그것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 앞에 여전히 낙관론을 유지하는 연준은 신뢰를 잃었다는 뜻으로 읽힌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메시지를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심각한 경제 혼란 없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시장은 이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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