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주일간 진행된 대한항공(A-, BBB+)과 한화갤러리아(A-), GS글로벌(A, A-) 등 A급 이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두 예정된 발행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미매각 사태가 발생했다. 서흥(A-)만이 약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유일하게 계획대로 발행하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는 대한제당(A-)과 OCI(A+) 등이 수요예측에 실패했다. 8월에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발생한 미매각 물량은 모두 3040억원으로 한국투자캐피탈(AA-)과 동원산업(AA-) 등 일부 AA급을 제외하곤 모두 A급 이하 종목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전월 A등급 회사채 미매각률은 37.1%로 7월보다 33.9%포인트나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꾸준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던 비우량등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 수요는 올들어 반짝 증가세를 나타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높은 수익률에 목마른 투자자들이 A급 중에서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회사채에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오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신용평가사들은 기업 신용등급 재조정에 나섰고 AA급 회사채 신용등급마저 믿지 못하게 된 기관투자가들은 이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A급 회사채에 대한 관심을 접는 사례가 늘어났다.
이런 와중에 BNK금융지주 자회사인 BNK캐피탈이 생활가전업체 한일월드로부터 인수한 렌탈채권의 손실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크레딧시장 전체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BNK금융지주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 등을 감안할 때 이번 사태로 BNK캐피탈의 신용등급이 하향될 공산은 크지 않으나 회사채와 여전채에 대한 심리적 위축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대우조선해상 사태에 이어 8월 BNK캐피탈 사태가 일어나면서 우량 크레딧물 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크레딧물에 대한 투자는 절대 금리 메리트에서 상대 금리 메리트로, 우량 크레딧물에 대한 선호로 점점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