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주인공은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그리스 정교회 소속 성 야고보 수녀원을 이끄는 아그네스-마리암(61) 수녀원장이다.
전국을 누비며 정부군과 반군을 상대로 휴전을 촉구하고 있는 그녀는 지난달에는 다마스쿠스 외곽의 한 마을에서 양측을 설득해 포화에 발이 묶인 민간인 5천여 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외신 기자단을 이끌고 정부에 우호적인 취재 기회를 제공하고, 세계 각지를 돌며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내전을 일으킨 반군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등 정부의 해결사 노릇도 자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아그네스-마리암 수녀는 지난여름 알아사드 정부가 자행한 화학무기 공격의 피해 규모가 부풀려졌으며, 반군이 어린이들을 납치해 학살한 후 정부군의 소행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지지자들은 그녀가 용감하게 사실을 전하고 있으며, 이슬람 강경주의를 표방하는 반군이 정권을 잡는 데 대한 비무슬림 국민의 두려움을 대변한다고 평한다.
아그네스-마리암 수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알아사드 가문이 시리아에 암적인 존재이긴 하나 반군의 무력 저항 또한 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휴전을 촉구했다.
1952년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계 기독교 난민 가정에서 태어난 그녀는 젊은 시절에는 반전·평화주의를 표방하는 히피 운동에 심취했다가 종교에 귀의했다.
아그네스-마리암 수녀는 현재 미주와 영국을 돌며 순회강연 중이다. 이번 주말 런던에서 열리는 반전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참석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긴급구호 담당 국장인 피터 부하르츠는 그녀가 “거짓말을 퍼뜨리려고 자신의 종교적 위치를 남용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영국의 주간지 ‘스펙테이터’는 그녀를 독일 나치 정권에 동조했던 가톨릭 사제들을 일컫는 ‘갈색 사제들’(brown priests)에 비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