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재정부는 한국-스위스 조세조약상 `정보교환 규정` 삽입을 목적으로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중이다. 현재 일정 조율 단계다.
조약이 개정될 경우 스위스 연방은행 비밀금고에 재산을 은닉한 국내 부유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약 개정만으로 은닉재산 추적이 바로 가능하진 않을 전망이다. 조세조약상 과세 당국간 과세정보를 공유하는 조항을 넣는다해도 공유 대상인 과세정보가 곧바로 계좌정보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도 "현재 한국이 70여개국과 체결한 조세조약 중 금융정보를 포함한 포괄적인 정보교환 규정이 없는 경우는 스위스와의 조세조약뿐"이라며 "이 경우 UBS(스위스 연방은행)의 계좌정보를 바로 열람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할 수 있는 사전 포석을 만들어놓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지난 9월 스위스 연방은행과 1년여간의 협상 끝에 탈세 혐의가 있는 미국인들의 계좌정보 4450건을 제공받기로 합의했다. 스위스 연방은행은 직후 프랑스 정부에게도 탈세 혐의자 명단을 넘겨 줬으며, 이에 따라 이탈리아, 캐나다 등도 스위스 은행들에 탈세혐의가 있는 자국인 고객의 계좌정보를 요구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스위스와의 조세조약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비밀주의를 철저히 지켜왔던 스위스 정부의 이같은 태도 변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중 하나가 각국의 과세권이 미치지 못하는 조세피난처 자금의 폭발적 증가에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도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탈세 재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조약 갱신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한미 조세조약과 달리 한국-스위스 조세조약은 정보교환 조항만 포함시키면 되는 것이어서 협상에 그리 많은 시간이 소요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스위스와의 조세조약 갱신을 포함해 `해외탈루소득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해외 탈세정보 수집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백용호 국세청장도 이날 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앞으로) 조세피난처, 해외도피 재산 등을 중점적으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