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권소현기자] 지난주 간만에 기지개를 켰던 미국 증시가 주말에 이어 또 하루의 휴식기간을 거치면서 에너지를 축적했을까. 17일 미국 증시는 "대통령 기념일"(프레지던트 데이)을 맞아 휴장했다.
지난 주말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이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에서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대량 살상무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이라크가 사전에 사찰 가능성을 감지했다는 징후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라크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이날 12월 기업재고와 1월 산업생산 등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시장 밑바탕을 다졌고 델컴퓨터등의 실적호전이 더해지면서 다우와 나스닥은 4일만에 큰 폭으로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주간기준으로도 상승, 5주만에 오름세를 보여 모처럼 투자자들을 활짝 웃게 했다.
17일 미국 증시는 휴장했지만 국제유가를 비롯해 국제정세가 불안할때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이 큰 폭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쟁지연 기대감이 여전히 효과를 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전일 런던 시장에서 금선물은 한때 온스당 341.50달러까지 하락, 6주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런던석유거래소(IPE)에서 4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58센트 떨어진 31.92달러로 거래를 마쳤으며 가솔린도 3.50달러 하락한 249달러를 기록했다.
블릭스 보고서와 함께 미국과 유럽의 반전 물결이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도 전쟁 지연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런던에서 반전 시위가 강해지면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팽배하다.
포린익스체인지애널리틱스의 외환전략가인 데이비드 길모어는 "블레어 총리에게 유엔 결의없이 이라크전을 수행하겠다는 미국의 편을 드는 것은 정치적인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전쟁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것뿐, 지정학적 위기감은 여전해 증시 상승 기반은 취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HSBC의 마크 챈들러 외환전략가는 "공식적으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며 "유럽과 미국에서의 반전 시위가 정책 결정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금값과 유로화 약세가 이라크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북핵 문제도 다시 국제 정세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대북제재 계획과 관련,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정전협정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북한조선중앙통신을 인용, 판문점재표부 대변인이 "미국이 정전협정을 악용한다면 우리도 협정에 구속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라크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데다가 북한의 발언으로 국제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달러는 유로와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였다. 달러/엔은 도쿄외환시장에서 1.1엔 이상 하락한 119.14엔까지 밀렸으며 유로/달러 역시 0.15센트 이상 오르는 강세를 나타냈다.
선물지수 역시 마찬가지다. 현지시간 오전 3시20분 현재 S&P500지수선물은 0.5포인트 하락한 836.50을 기록중이며 나스닥100지수선물은 2포인트 내린 983.00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주요한 경제지표 발표는 없다. 대신 월마트가 실적을 내놓는다. 소비지출이 위축되면서 할인업체들에 대한 실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퍼스트콜은 월마트가 4분기 715억달러의 매출액과 56센트의 주당순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주 월마트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 주당 1.76~1.78달러에서 1.80달러로 상향조정했다.
리만브라더스의 로버트 드르벌 애널리스트는 "가격인하폭이 크지 않았고 재고처리가 향상됐으며 공급업체들과의 관계 개선 등으로 지난해 EPS는 호전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은 최근 몇 개월동안 월마트의 동일점포매출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가능성도 있다. 소비지출이 연간 3.5% 늘어났지만 비교가능점포매출 증가율은 연간대비 2.5%를 밑돌았다.
티버론리서치그룹의 롭 윌슨은 "월마트는 신규점포를 늘리면서 미국내 시장점유율을 높였을지 모르지만 비교가능점포매출을 감안할 때 개개의 월마트 점포는 실제 그 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에버크롬비&피치와 로이터그룹, 머크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