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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김씨는 2015년 10월 22일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 같은 해 11월 24일 입영하라는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입영일로부터 3일이 경과한 날까지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아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김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한 것이다.
1심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 실현의 자유가 궁극적으로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병역의무 등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며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
먼저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자유권규약) 제 18조는 사람은 사상, 양심 및 종교의 자유를 향유할 권리를 가지며, 공공의 안전과 타인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한다”며 “국제사회의 흐름에 비춰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무죄 판단했다.
항소심 선고가 있던 2016년 10월 18일 당시 대법원은 물론 헌법재판소까지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인정하지 않았던 터라 이같은 판결은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것이 집총 병역의무여서 다른 대체 역무를 부과한다면 기꺼이 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라며 “국가는 도로의 잘못된 설계를 바로 잡을 생각 없이 무조건 소수에게만 인내를 요구하거나 생각을 바꾸어 다수에 합류하라고만 하고 있다”고 국가의 의무 해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11월 1일에는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회부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왔고, 김씨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이같은 전합 판단을 따라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대법원은 앞선 전합 판결을 참조해 “인간 내면에 있는 양심을 직접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양심과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고 “김씨는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로부터 성경을 배웠고 2009년 침례(신도가 된 것을 인증하는 의식)를 받아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됐으며 형제 2명은 이미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복역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전합의 판단 이후 김씨와 같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 판결은 지속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대법원은 올해 2월 13일 전합 판단 이후 처음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박모씨를 비롯한 111명에게 모두 무죄 확정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전합 판단 이후 사실상 같은 판단에 근거한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판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만 전합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진정한 양심에 대한 충분한 증명이 없다면 병역거부가 인정될 수 있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