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국내 이차전지(배터리) 업계가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실적 충격에 빠졌다. 급격히 꺾인 전기차 수요는 쉽게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 캐즘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설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경영계획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초 경영계획을 밝히면서 연 매출 4~7% 성장을 자신했으나 반년 만에 목표치를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 역성장은 출범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분간 전략적으로 필수적인 투자만 집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전년 대비 20% 중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20% 초반을 밑돌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주력 시장인 북미 지역은 기존 30% 중반에서 20% 초반 수준으로 변화 폭이 가장 크며 유럽 역시 20% 초반에서 10% 중반으로 성장률을 하향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예상 보조금 역시 연초 45~50기가와트시(GWh)에서 30~35GWh로 낮춰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실적에는 전기차 캐즘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났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감소한 6조1619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7.6% 하락한 1953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IRA 세액공제 금액은 4478억원이다. 이를 제외하면 영업손실 2525억원으로 사실상 적자다.
실적발표를 앞둔 삼성SDI와 SK온도 같은 이유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5조3728억원, 영업이익 3805억원으로 전년 동기(매출 5조8406억원·영업이익 4502억원) 대비 각각 8%, 16% 감소가 예상된다. 2021년 4분기부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SK온은 2분기에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낼 전망이다.
| LG에너지솔루션 분기 실적 요약.(자료=LG에너지솔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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