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현터널만 가면 느려지는 SRT…감사원 "부실시공이 문제"

SRT 노선 82% 차지하는 율현터널
개통 2개월만에 융기현상 발생 후 지속적 확대
"시공당시 보강공법 선택 잘못돼…근본문제 해결해야"
  • 등록 2021-04-13 오후 2:00:00

    수정 2021-04-13 오후 2:00:00

사진=국토교통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시속 300km까지 낼 수 있는 수서고속철도(SRT). 그러나 고속철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열차가 강남구 수서동을 떠나자마자 진입한 율현터널의 일부 구간에서는 시속 90~170km까지 감속 운행을 하고 있다. 새마을·무궁화호의 평균 시속이 81~86km라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철도 열차에도 뺨을 맞을만한 운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SRT 개통 후 2개월 만에 율현터널 내 일부 구간에서 고속철도 레일이 들뜨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것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철도공사와 시공사는 융기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3차례의 보강공사를 했으나 전문가들은 현행의 보강공사로는 재발을 막기 어렵다고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율현터널은 강남구 수서동에서 경기도 평택시에 이르는 총 길이 50.3km의 국내 최장 터널이다. SRT 전체 연장 61.1km의 82%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향후 수서역~동탄역 구간은 광역급행철도(GTX-A)와 함께 사용될 예정이다. 따라서 율현터널의 안전성과 효율성은 SRT는 물론 여타 철도노선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감사원이 2020년 감사계획에 SRT 율현터널 안전관리실태를 넣어 감사를 실시한 배경이다.

감사원은 13일 발표한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시공 당시부터 최적의 단면 보강공법으로 시공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근본적인 보강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냈다.

율현터널은 사실 단층작용으로 암반층이 부스러진 단층 파쇄대(Crush Zone)의 중심과 주변지역을 통과해 시공이 매우 어려운 지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사 당시부터 보강공사가 필요했다.

문제는 이 보강공법이 불완전했다는 것이다. 감리용역업체가 제대로 된 선정기준을 따르지 않고 암반판정을 해 보강공법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이번에 동일 구간에 대해 임반판정을 한 결과 해당 구강은 인버트 시공이 포함된 보강공법으로 선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철도공단의 부실한 감독도 원인이었다. 암판정지침에 따르면 단층대 등 취약구간의 암반판정 시에는 4명의 평가위원과 국가철도공단 직원 등을 포함한 4명의 입회자 등 총 8명으로 구성된 안반판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철도공단은 총 112회에 걸쳐 이뤄진 암반판정위원회를 모두 불참했고 감리용역업체는 평가위원 3명만으로 안반판정위원회를 구성·운영했다.

현재 국가철도공단은 지속적인 융기 발생 구간의 확대로 마이크로파일 추가 설치 등의 보강공사를 실시하고 추가 융기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쇄대의 압착거동으로 가장 취약한 부위에서 융기가 발생했고 융기를 방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원형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인버트 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사원은 “SRT 궤도 융기의 근본적인 보강대책 미수립으로 추가 융기가 발생할 경우, 사회기반시설 관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 초래와 SRT 열차 운행의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국가철도공단 이사장에서 감리용역업체와 감리단장 등에게 벌점 부과 등의 제재를 하고, 근본적인 보강 방안을 마련할 것을 통보했다. 또 감리용역업체가 암판정지침에 어긋나게 암반판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거나 공사관리관이 암반판정위원회에 입회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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