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신임 사장에 박동영··낙하산 논란에 현안 산적 '첩첩산중'(종합)

전문성·낙하산 논란에 사전업무개입 등
부산시민단체 “법 허용 내 강력 항의”
전세보증·미분양관리 등 현안 산적 숙제
  • 등록 2023-02-27 오후 2:36:42

    수정 2023-02-27 오후 7:26:01

[이데일리 문승관 박경훈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주주총회를 열어 박동영(사진) 전 대우증권 부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의결했다. 최근 전세 사기 등 전세시장 관리와 주택 미분양 관리에 이르기까지 이를 현장에서 관리·감독해야 할 기관의 수장으로 박 전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전문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사전업무개입 의혹까지 불거져 파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박 신임 사장은 선임 전에 HUG 임원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다.

27일 관가에 따르면 이날 열린 HUG 주주총회에서 사장 후보 5명 중 박 전 부사장이 최종 후보로 의결됐다.

소관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면 윤 대통령이 박 부사장을 신임 HUG 사장으로 임명하게 된다. 박 전 부사장은 1987년 쌍용증권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몸담아온 증권맨이다. 살로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를 거쳐 대우증권에서 부사장까지 지냈다. 2014년에는 대우증권 사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대우증권을 떠난 뒤인 2016년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파인우드프라이빗에쿼티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았다. 박 전 부사장은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문교부 장관(1962∼1963년)을 지낸 박일경 씨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전에도 민간 금융인 출신이 공모를 통해 HUG 사장으로 선발된 바 있지만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하고 전세보증사업이 제도 개선을 앞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HUG는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등 문제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는 기관이다. 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주는 전세반환보증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HUG가 대신 갚은 돈(대위변제액)은 올해 1월에만 1700억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집값 하락으로 올해 내내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HUG의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인사를 두고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전세 사기와 미분양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국토부와 산적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새로 선임된 박동영 사장이 증권전문가일지는 모르겠으나 부동산 전문가로서 혜안을 가졌는지는 아직 검증이 안 됐다”고 말했다.

박 신임 사장은 이러한 전문성과 낙하산 논란 이외에도 사전 업무 개입에 대한 의혹도 해결해야 할 상황이다. 부산발전시민재단과 부산시민단체협의회는 박 후보자가 지난 8~9일 서울에서 HUG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인사 등 업무와 관련한 논의에 나선 것이 드러나면서 HUG 사장 선임 절차의 공정성에 큰 타격을 줬다며 국토부는 박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고 대통령실은 공정한 인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있는 박동영을 부산 소재지 공기업의 대표로 받아 줄 수 없다”며 “집회와 시위 등 법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항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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