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전대 출마' 공 넘긴 나경원…관건은 지지율(종합)

나경원, 저출산위 사직서 제출…SNS서 심경 밝혀
"잠깐의 혼란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 막을 수 없어"
순방길 오르는 尹대통령, 사표 수리 시간 걸릴 듯
전대 출마할까…대통령실과 갈등 이후 지지율 주목
  • 등록 2023-01-13 오후 3:29:15

    수정 2023-01-13 오후 3:29:15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의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의 표명 이어 사직서 서면 제출…승부수 띄운 羅

나 전 의원은 이날 대리인을 통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저출산고령사회위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그는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의를 표명했으나 대통령실이 받아들이지 않자, 조속히 거취를 정리해달라는 차원에서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나 전 의원은 최근 부위원장으로서 ‘출산 시 대출 탕감’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마찰을 빚었다. 이를 두고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통령실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이란 추측이 확산했다.

나 전 의원은 서면 사직서를 제출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잠깐의 혼란과 소음이, 역사의 자명한 순리를 가리거나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며 “2019년 12월, 우리 당 원내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야만 했을 때 제가 국민들께, 우리 당원들께 드렸던 말씀으로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은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말씀드린다”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나 전 의원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에서 멀어졌다며 불출마를 압박하는 일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모처럼 전국으로 내리는 빗방울에 산천과 함께 우리 마음도 씻겨지는 아침, 저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난다”며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께 무척이나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날 나 전 의원은 충북 단양군 구인사를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 방문한 사찰이기도 하다.

순방길 오르는 尹…사직서 수리 여부 ‘촉각’

나 전 의원의 사직서 제출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6박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길에 오른다. 귀국 직후에는 설 명절 연휴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 사태를 매듭 짓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나 전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는 윤 대통령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사직서를 반려한다면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사직서를 수리한다면 출마를 진지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일련의 논란 이후에도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여론조사에서 30%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이를 명분 삼아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나 전 의원에게 모처럼 온 기회”라며 “대통령은 4년 뒤에 임기가 끝나지만 국민의힘과 나 전 의원은 4년 뒤에도 대선을 또 치러야 한다”며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사직서를 수리하면 출마를 허가하는 의미로 삼을 수 있고, 반려하면 본인이 장관직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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