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본드웹에 따르면 전일 실시된 한국전력 회사채(한전채) 발행 입찰에서 2년물과 3년물이 각각 5.7%, 5.8%에 낙찰됐다. 각각 4200억원, 700억원어치씩 발행됐다. 당초 2년물은 2500억원어치 발행 예정이었지만 7200억원 가량이 응찰하면서 발행액을 늘렸고 3년물도 1800억원 어치 응찰이 들어왔지만 700억원어치만 발행했다.
이달 들어 2년물 기준 5.9% 이상에서 발행했던 것에 비하면 낮아진 것이다. 지난 8일 발행한 한전채 2년물 금리는 5.99%였고 10일에도 2년물과 3년물 모두 5.95%에 발행됐다. 한전채 발행금리가 6% 코앞까지 갔다가 방향을 튼 것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전 발행된 한전채 금리과 비교하면 일단 급한 불은 꺼진 듯 하다”며 “금융당국이 한전채 발행을 자제하고 은행 대출로 전환할 것을 지시한 데다 한국은행의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이 금리안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7%로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미국이 당장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스텝(75bp 인상)이 아닌 빅스텝(50bp 인상)에 머물 것이란 전망에 채권시장은 랠리를 보였다.
신용스프레드 확대 일로
하지만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 스프레드는 여전히 확대일로다. 회사채 금리도 떨어지긴 했지만 국고채 금리 하락폭에 비하면 미미했기 때문이다. 3년 만기 국고채와 AA-급 회사채간 금리차이는 15일 기준 161.4bp(1bp=0.01%포인트), BBB-급 회사채간 금리차이 역시 745.9bp로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단기자금시장도 마찬가지다. 91일 만기 CP 금리는 5.22%까지 치솟았다. 지난 9일 13년10개월 만에 처음으로 5%를 돌파한 후에도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는 상황이다. 자금경색이 가장 심했던 프로잭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시장도 숨통이 좀 트이긴 했지만 여전히 금리는 높다. 경남 김해시 복합물류센터 개발사업 PF ABCP인 아디아의전제일차가 전일 9%에 차환발행되는 등 A1 등급 발행금리는 여전히 6~9%대를 기록 중이다.
시간 필요한 채권시장
정부가 지난달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금융지주, 대형 증권사 등도 재원을 마련해 채권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부 대책이 나온 지 이제 3주가 지났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채권시장이 바로 안정세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것은 성급하다”며 “그간 부동산 및 PF금융을 둘러싼 불균형이 누적되어온 기간이나 규모를 감안해볼 때 이 또한 단시간 내에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PF에 대한 노출을 확대해온 금융사들이 정책지원을 통해 유동성 대응을 하면서 시간을 두고 손실처리나 자본확충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할 성격이라는 것이다.
여전히 회사채 시장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는 한전채의 경우에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과 관련해서는 정책변동이나 보조금 지급 등 추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며 “해결책이 조속히 추진되지 않을 경우 한전채 발행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현재 수요가 정체된 크레딧 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