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도 취하지 않는다 '무알코올 맥주' 쑥쑥

하이트진로음료 ·롯데칠성음료 등 가세
2012년 이후 무알코올 맥주 시장 3배 성장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 약 7000억원 수준
음주문화 변화 등으로 전망 밝아
  • 등록 2017-07-31 오후 1:11:06

    수정 2017-07-31 오후 4:33:56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 된 무알코올 맥주와 음료들. 최근 몇 년 새 국내 무알코올 맥주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국내 업체들도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던 직장인 이정수(38)씨는 최근 장기 치과 치료로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됐다. 퇴근 후 샤워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캔을 음미하는 게 일상의 낙이었던 이씨는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동네 근처 편의점 주류 매대에서 발견한 음료 덕분에 다시 일상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바로 국내 주료회사에서 출시한 무알코올 맥주를 편의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 맥주와 맛이 똑같지만 알코올을 제거한 무알코올 맥주가 점차 한국시장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는 맥주처럼 맥아와 홉으로 만들지만 발효과정에서 알코올을 제거한 음료다. 알코올이 없기 때문이 주류가 아니라 탄산음료로 분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알코올 맥주는 주류회사가 자사의 맥주브랜드를 활용해 제조와 판매를 하기에 ‘유사 주류’로 취급받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제정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판매할 수 없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60억원 내외로 전체 맥주 시장과 비교했을 때 아직 ‘세 발의 피’다. 그러나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하이트제로 0.00’을 출시했을 당시만 해도 시장 규모는 13억 정도에 불과했다. 성장률만 따지면 가파른 상승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에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주류의 간판 맥주인 클라우드의 무알코올 맥주인 ‘클라우드 클리어제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확대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이트진로음료의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제로 0.00’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가 연간 7000억원대에 이르는 일본의 주류회사들은 무알코올 맥주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린맥주는 지난 4월 발매한 무알코올 맥주 ‘제로이치’의 생산량을 당초보다 3배로 끌어올렸고 산토리의 무알코올 음료인 ‘올프리’ 또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업계가 무알코올 맥주 시장 확대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맥주 애호층이 두터워졌기 때문이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맥주는 국내 주류시장에서 1988년을 기점으로 막걸리와 소주를 제치고 가장 점유율이 높은 주종으로 올라섰다. 이후 맥주는 점유율 1위 주종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로 위상을 굳혔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고객들은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는 이른바 ‘해비유저’들이다”며 “운전이나 치료, 임신 등 음주가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맥주 특유의 맛을 만끽하기 위해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품 제조 과정에서 발효로 인해 0.5% 내외의 알코올을 함유한 일부 수입 산 무알코올 음료와 달리 ‘하이트제로 0.00’과 ‘클라우드 클리어제로’는 실제로 알코올 함량이 0%로 차별화를 꾀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업계는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의 규모가 날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저도수 주류의 인기와 함께 국내 음주문화 또한 과거와 달리 무작정 취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나 술과 함께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또한 제조사 입장에서 무알코올 맥주는 ‘주류’로 분류되지 않아 주류세가 없고 일반 맥주처럼 총판을 끼지 않고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바로 납품할 수 있어 유통 과정에서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7000억원 규모에 육박하는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인구수와 물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도 지금보다 최소 10배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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