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오비맥주, 봉이 김선달인가 장발장인가

"36년간 사용료 한푼 안내고 남한강 물 사용" 지적
"사용료 면제조항 따른 것..36년간 부과 않다가 왜 갑자기 이러나"
79년 첫 허가 당시 공공재 성격 인정받았을 가능성도
오비맥주 "사용료 떼먹는 기업 아니다..법적 다툼도 고려"
  • 등록 2015-01-20 오후 2:57:01

    수정 2015-01-20 오후 4:02:02

충주댐(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오비맥주가 한강물을 36년간 공짜로 사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여주시는 지난해 말 오비맥주를 상대로 12억원의 물 사용료를 부과했다. 추가 사용료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는 하루아침에 한강물을 공짜로 가져다 쓴 봉이 김선달이 됐다.

하지만 오비맥주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법에 근거한 예외조항을 인정받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장발장이 가져간 은촛대에 대해 신부님의 용서를 받았듯이, 오비맥주 역시 법적인 근거에 따라 사용료를 면제받은 것일 뿐, 사용료를 회피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비맥주는 “36년간 한번도 사용료 얘기를 꺼내지 않던 여주시가 갑자기 사용료를 내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사실 강물을 끌어다 쓰는 기업들은 대부분 비용을 낸다. 이들은 돈을 내는 근거는 ‘댐 건설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다. 정부가 강물 관리를 위해서 댐을 지었으니 그에 대한 마땅한 비용을 지불하라는 취지다. 그래서 남한강의 물을 사용하는 31개 기업은 댐 건설법에 따라 수자원공사에 물 사용료를 낸다.

그런데 댐 건설법에는 예외 조항이 있다, ‘댐 건설 이전에 하천 점용허가를 받아 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면제조항이다. 이걸 법률 용어로 ‘기득수리권’이라고 한다. 만약 오래 전부터 자체적으로 취수시설을 건설해 강물을 끌어다 썼다면, 댐 건설의 직접적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니까, 기득권을 인정해 계속 무료로 물을 사용하게 해주는 제도다.

오비맥주는 ‘기득수리권’ 조항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남한강 충주댐이 건설된 건 1986년이지만, 오비맥주가 남한강 여주보 인근에 취수시설을 설치하고 사용허가를 받은 건 이보다 7년 전에 1979년이다. 오비맥주는 댐 건설 이전에 허가를 받은 유일한 민간 사업자다. 댐 건설 이전에 남한강 물을 허가를 받아 쓴 오비맥주는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하천법이다. 하천법 제37조에는 ‘하천점용허가를 받은 자로부터 토지의 점용료, 그 밖의 하천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천의 물을 썼으니 물 사용료를 낼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는 뜻이다.

이 하천법을 근거로 여주시는 지난해 12월 오비맥주를 상대로 물 사용료 12억원을 부과했다. 5년전까지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단 2009년과 2011년치다. 하루 물 사용 허가량 3만5000톤을 기준으로 현재 공업용수 1톤당 가격 50.3원으로 계산했다.

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은 “여주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문제고, 돈을 내지 않은 오비측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공재인 강물을 썼으면 기업이 비용을 지불하는 게 당연하고, 하천법에 따라 물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명분도 있었는데, 그런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건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 조항은 ‘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하는 게 아니다. 여주시는 36년간 한번도 부과할 생각을 못했다. 양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한 이후에야 부랴부랴 사용료를 부과했다.

사실 하천법을 근거로 물 사용료를 부과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은 논란거리다. 서울시가 한국전력의 산하 공기업인 한국중부발전을 대상으로 하천수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화력발전의 경우 사용료를 징수한다’는 조항이 따로 있다. 오비맥주와 똑같은 조건이 아니다.

결국 쟁점은 1979년 오비맥주는 처음 남한강 취수 허가를 받았을 때 정부는 왜 물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았느냐로 모아진다. 어쨌든 처음부터 사용료를 부과하지 않았고, 그 관행이 굳이진 것이기 때문이다. 1986년 댐 건설 이후에는 예외조항을 적용받았다.

1970년대는 모든 게 낙후한 시기다. 당시 수백억원 들여 지은 오비맥주의 설비는 지역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18km에 이르는 송수관로를 통해 가져온 남한강 물은 오비맥주 뿐 아니라 지역민의 식수와 생활용수로도 공급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국가가 깔아놓은 상수도 인프라는 이용하는 게 훨씬 비용이 싼 방법”이라며 “워낙 오래전 일이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오비맥주가 국가의 상수도관 대신 대규모 송수관로를 지은 것은 사실이고, 이런 공공적인 기능이 당시 고려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이미 납부한 12억원의 물 사용료에 대해 법적인 다툼를 고려하고 있다. 댐 건설법의 예외조항이 명확한데 하천법을 근거로 물 사용료를 부과하는 건 이중적 잣대라는 주장이다. 백번 양보해서 사용료를 부과하더라도 하루 물 허용량을 근거로 부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맞선다. 오비맥주는 허용량의 3분의1 정도만 실제로 쓴다. 사용료를 부과하더라도 실제로 쓴 량에 대해서만 부과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논리다.

물론 여론은 좋지 않다. 어쨌든 오비맥주가 오랫동안 한강물을 공짜로 쓴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오비맥주는 봉이 김선달이 될 것인가, 장발장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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