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신년 편지를 보내며 협력 의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2025년을 ‘전승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언급하며 추가 파병과 무기지원 등에 대한 군사 협력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3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가장 친근한 벗이고 동지인 뿌찐(푸틴)동지에게 따뜻한 새해 축하의 인사를 보내면서 형제적인 로씨야(러시아) 인민, 영용한 로씨야 군대의 전체 장병들에게 자신과 조선 인민, 전체 공화국 무력 장병들의 이름으로 열렬한 축복의 인사를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두 나라의 강국 위업 수행과 인민들의 평안과 번영을 위한 새로운 사업들을 설계하고 강력히 실행해나감으로써 조로(북러)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해나갈 용의를 표명했다”며 “새해 2025년이 로씨야 군대와 인민이 신나치즘을 타승하고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는 21세기 전승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을 기원한다”며 러시아의 번영과 복리, 행복을 축원했다고 전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 신년 연하장을 보내 “현시대의 위협과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일치시켜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 6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이후 군사 등 각종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을 강화해 왔다. 지난달엔 1만 1000여명에 이르는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도 했다.
양국의 밀착 속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특히 2025년은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이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80주년 전승 기념일 열병식이 개최될 예정이라 눈길이 쏠린다. 이미 러시아는 김 위원장을 열병식에 초청하기도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북한은 2025년에도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 첨단기술 지원을 받으며 북러 군사 밀월을 지속하려고 할 것”이라며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전까지 북한의 추가 파병 및 군수물자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 당국자를 인용해 “북한이 봄까지 8000명의 군인을 추가로 보낼 수 있다”며 “우위를 점한 러시아가 협상 전에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휴전 회담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이 선물한 아우루스 차량을 몰아보며 친교를 다졌다. [조선중앙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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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간 군사협력이 강화되며 북한 내 친러 인사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23∼27일 노동당 본부에서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각총리를 김덕훈에서 박태성으로 교체했다. 박태성은 지난해 9월 김정은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진행한 북·러 정상회담에 배석한 인물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박태성은 당 과학교육비서 겸 국가우주과학기술위원장을 지내면서 북·러 과학 및 우주 교류를 주도했다”며 “향후 러시아와 다방면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전면에 배치했을 것”이라 봤다. 정치국 후보위원이던 최선희 외무상과 이영길 총참모장도 정치국 위원이 되며 입지를 다졌다. 최선희는 북·러 관계 격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고, 이영길은 러시아 북한군 파병 이행과 관련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북한과 러시아는 밀접한 관계를 과시해왔고 이날 편지 또한 그런 차원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연하장 교환 소식은 아직 보도되지 않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가운데 러시아를 통해 국제사회의 영향력을 키우려는 모습이라는 평가다. 당국자는 “북한과 중국이 올해를 ‘조중 우호의 해’로 제정했지만 고위급 방문이 거의 없었다”며 “중국과의 관계가 러시아의 관계와는 비교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