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청 일선 세관은 올 1~4월 총 205건, 213㎏의 마약 밀수를 적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건수(250건)는 18% 줄었으나, 중량(161㎏)은 32% 늘었다. 마약 밀수가 대형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 들어 매일 2건, 필로폰 기준 6만 번을 투약할 수 있는 1.8㎏의 마약이 당국에 적발되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범정부 차원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관세청도 이에 맞춰 올 2월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을 추진하면서 적발 실적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국내 마약 수요 증가와 함께 밀수 시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관세청의 판단이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필로폰 1g 가격은 미국이 44달러, 태국이 13달러인 반면 한국은 10배가 넘는 450달러에 거래되는 탓에 해외 마약 공급자의 밀수 유인이 크다.
특히 올 들어 코로나 엔데믹으로 여행자가 늘어나면서 여행객을 가장한 밀수가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여행자를 이용한 밀수 건수는 27건에서 52건으로 두 배 남짓 늘고 적발한 양도 3㎏에서 48㎏으로 14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
종류별로는 필로폰(87㎏)과 대마(47㎏)의 밀수 적발이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케타민(22㎏)이나 합성대마(18㎏), 클럽용 마약으로 불리는 MDMA(7㎏) 등의 신종 마약의 밀수가 급증하고 있었다. 코카인 밀수 적발도 5건(0.2㎏) 있었다.
국가별로는 태국(62㎏)과 미국(50㎏), 베트남(20㎏)의 밀수 물량이 늘어난 반면 중국은 32㎏에서 17㎏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필로폰은 전 세계 마약 생산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태국·미얀마·라오스 접경지대)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대마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들여오고 있으나 신종마약은 네덜란드나 독일 등 유럽을 중심으로 거의 전 대륙을 망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관세청은 이날 회의를 계기로 마약 밀수신고 포상금 상한을 기존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늘리고 마약 적발 성과 우수자에 대한 특진과 특별승급도 시행키로 했다. 하반기 중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우범화물 사전 선별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천공항 내 마약 분석 포렌식센터도 구축한다. 지난해에 이어 태국 당국과의 마약밀수 합동작전 ‘사이렌Ⅱ’도 추진한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일선 세관 마약조사관에게 “마약 밀수 시도를 국경 단계에서 적발하지 않으면 국내 유통단계에선 10~20배의 노력으로도 적발이 어려운 만큼 국경을 책임지는 관세청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이라며 “모두 무한 책임감을 갖고 마약과의 전쟁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