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인권위 "총경회의 참석자 불이익 조치 중단"

류삼영 총경 대기발령, 참석자 56명 감찰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징계 중단 권고
"다양한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 행위 보호"
  • 등록 2022-08-02 오후 12:36:39

    수정 2022-08-02 오후 12:36:3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열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 참석 경찰관들에 대한 불이익 조치(징계)를 중단해야 한다는 경찰청 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경찰청 인권위는 2일 경찰청이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을 대기발령하고 참석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조사를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불이익 조치를 중단할 것을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게 권고했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7월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퇴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
경찰청 인권위는 이날 “경찰청의 불이익 조치와 그 위하 효과가 총경회의 참여자들과 경찰국 설치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한 다른 경찰관들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무엇보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다. 경찰청 인권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권리일 뿐 아니라 전체주의를 부정하고 가치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위한 기제로서의 역할을 하므로 다른 모든 인권의 전제가 되는 인권으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의 자유로운 표현행위는 정부정책결정권자들의 독선과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더욱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인권위는 회의 해산명령에 불응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의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불이익 조치한 것과 관련 “참여자들의 회합행위가 국가와 사회에 명백·현존하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볼 사정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의 단순 해산명령에 따라 제한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총경회의 개최를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실추의 계기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국가기관의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강화하는 계기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헌법이 표현의 자유를 강력하게 보장하고 직업공무원제도를 취한 취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7월 23일 오후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나고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결과를 밝히고 있다.(사진=연합)
게다가 “총경회의 참여자들이 휴무일에 행안부의 경찰국 설립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회의에 참여한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참여자들은 경찰청장의 해산명령에 대한 복종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또 경찰청 인권위는 총경회의 참여자들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행위금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과 관련, “총경회의 참여행위가 경찰조직 관련 주요 정책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조직의 주요 간부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공익에 반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24일 자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총경 회의를 주최한 류삼영 총경에 대해 복무규정 위반으로 대기발령 징계를 내렸다. 회의 참석자 56명에 대해서도 감찰에도 착수한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지난 25일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 류 총경에 대한 징계와 관련, “지시 명령과 해산지시를 불이행한 복무규정 위반”이라며 “대기발령 조치를 철회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총경 회의를 두고 “군으로 치면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별도로 브리핑을 열어서는 “단순한 징계 사유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까지도 될 수 있는 행위”라고 언급했다.

7월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 최규식홀에서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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