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경상수지는 64억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1월(19억2000만달러)보다는 흑자폭이 45억달러 증가했다. 경상수지는 22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흑자폭은 올 들어 월 평균 41억7000만달러로 작년(73억6000만달러) 대비 43.3% 가량 감소했다. 수출이 호조를 보이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워낙 크게 오르면서 수입이 더 빠르게 증가한 탓에 상품수지 흑자폭 역시 63억5000만달러에서 25억5000만달러로 60% 가량 쪼그라들었다.
특히 3월엔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평균 110.9달러까지 오르면서 무역수지 역시 1억4000만달러 적자로 한 달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 100달러 시대가 장기화될 경우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면서 상품수지 적자에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두바이유가 연 평균 100달러를 넘어섰던 2011~2013년엔 간헐적으로 월간 상품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보였고 2011년엔 연간 경상수지가 166억4000만달러로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17억5000만달러) 이후 가장 적었던 바 있다. 2008년 당시에도 두바이유 평균 가격이 94.4달러에 육박했고 한 때 140달러를 돌파했고 금융위기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약세)하던 시기였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4월 배당 지급 특수 상황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원유 수입비중이 20~30%로 단일 품목 중 가장 높은 데다 원유 뿐 아니라 석탄, 가스 등까지 전방위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원·달러 환율까지 1200원을 넘어 수입물가가 높아지는 환경이라 경상수지는 적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다만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엔 무역수지 적자폭이 1억4000만달러로 적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고 4월 역시 중국 공장 봉쇄나 제조업 신규 주문 지수 하락 등을 고려하면 국제유가가 3월보단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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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환율도 1200원을 넘고 있어 경상수지 적자 전환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적자로 전환되지 않더라도 흑자폭은 축소될 개연성이 높다. ‘원화 약세→수입물가 급등→경상수지 흑자폭 축소→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위해선 국제유가가 떨어져야 하고 원화도 강세로 전환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경상수지 중에서도 상품수지 흑자폭이 커야 수출업체들이 벌어들인 달러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환율이 하향 안정되는데 경상수지 흑자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 등이 급증하면서 배당소득이 증가해 구조적으로 본원소득 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코로나19에 해외 여행이 중단되고 항만 물류 적체에 운송료가 늘어나면서 서비스 수지 적자폭이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품수지 흑자 의존도가 떨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진 상품수지 흑자폭이 전체 경상수지 흑자폭을 넘어섰으나 작년엔 상품수지가 경상수지의 86%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해외와 거래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더라도 배당이나 서비스 수지를 통해 벌어들인 돈은 외환시장으로 직접 유입될 가능성이 적어 환율 안정에도 제한적이란 평가다.